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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해변에 한국 파도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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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63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하녀’ 출연진이 14일 외국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배우 이정재·윤여정, 임상수 감독, 배우 전도연. [칸(프랑스)=AP 연합뉴스]

지구촌 작가영화 대축제인 제63회 프랑스 칸영화제가 달아오르고 있다. 16일로 개막 닷새째에 접어들었다. 영화제 초반부터 한국영화가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칸 경쟁 부문(19개 작품)에 두 편이 오른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을 빼고는 한국밖에 없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시’는 티에리 프레모 예술감독(집행위원장에 해당)이 “보편적인 예술”이라고 극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초청받았고,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코리언 파워’가 실감된다.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모델로 나온 영화제 공식 포스터. [칸(프랑스)=AP 연합뉴스]

마켓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영화제 데일리(매일 나오는 영화제 소식지)를 발행하는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칸 해변에 한국 파도가 몰려온다(Korea makes waves in Cannes)’라는 기사를 실었다. 경쟁 부문에 오른 ‘시’‘하녀’를 비롯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베스트셀러’등 칸 필름마켓에 온 신작을 고루 소개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6일 칸 해변에서 ‘한국영화의 밤’을 열었다. 국내·외 영화계 인사 600여 명을 초대했다. 겉으로는 한국영화 전반을 알린다는 취지이지만, 실은 경쟁 부문에 오른 두 편의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녀’의 전도연·이정재 등 배우들도 참석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해마다 꾸준히 경쟁작을 내놨고 상도 황금종려상을 빼고는 골고루 받았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도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이제는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를 ‘발견’하라=비평가 주간에서 상영된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한국영화 돌풍에 한몫 하고 있다. 14, 15일 4차례 상영된 이 영화는 매번 상영장이 꽉 들어찼다. 섬에 살며 남편과 시동생에게 번갈아 폭행당해온 복남(서영희)이 피의 복수극을 벌이는 내용이다. 장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 외국 영화인들 사이에서 ‘킴기둑 어시스턴트(김기덕의 조감독)’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전반부는 여성잔혹사를 연상케 하고, 후반부는 목이 뎅겅 뎅겅 잘려나가는 하드고어(핏빛 잔혹극)다. 남편이 도망치려는 복남을 저지하려다 딸이 돌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장면에선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대체로 열광적인 반응이다. 부산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외국 관객들이 일종의 판타지 호러 무비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에겐 외신 인터뷰와 해외 영화관계자들의 미팅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영진위 지원 3억원을 포함, 7억원에 불과하다. 칸은 부문을 불문하고 데뷔작을 들고 온 감독에게 황금카메라상을 준다. 장 감독의 수상 여부가 주목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아직 국내 개봉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필름 마켓 불황? 한국은 예외=지난해 칸 필름마켓에는 101개국 9907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금융 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제작되는 영화 수가 줄어든데다 그리스발 재정위기까지 겹쳐 이보다 10∼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종류도 호러 등 저예산 장르영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한국전쟁 소재 블록버스터 ‘포화 속으로’는 상영회를 열기도 전에 독일에 판매됐다. ‘시’는 15일 열린 마켓 스크리닝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시사회 직후 스페인·대만·구 유고슬라비아 3개국에 판매됐다. ‘시’ 투자·배급사 유니코리아 박민정 이사는 “마켓 스크리닝은 바이어들이 상영 도중 작품이 끌리지 않으면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시’는 단 한 사람도 나가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엇갈린 ‘하녀’ 반응=14일 밤 10시 30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선 경쟁 부문에 오른 ‘하녀’의 갈라 스크리닝(공식 상영)이 열렸다. 주연배우 전도연은 파리에서 구해온 금빛 도는 와인색 페라가모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 위에 섰다. ‘하녀’는 상영 후 약 3분에 걸쳐 박수를 받았다.

평가는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됐다” “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로 엇갈렸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매긴 별점은 별 4개 만점에 2.2개. 15개 매체가 별점을 매기는 필름 프랑세즈에선 2군데가 ‘하녀’에 대해 최하점을 줬다. 테크니카트도 별점을 매긴 평론가 9명 중 1명은 최고점을, 2명은 최하점을 매겨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시’는 19일 공식 상영된다.

칸(프랑스)=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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