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5년내 올 수 있다… 나라 빚 400조 추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제2의 경제위기'가 재정 쪽에서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소장 노성태)의 분석 결과 지금부터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재정 적자가 계속되면서 재정의 경기 조절 능력을 잃고 금융.외환 시장의 혼란을 불러와 결국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때 들어간 공적자금이 재정을 짓누르고 있는 데다 건강보험 등 복지 수요는 늘어났고 계산이 맞지 않는 각종 연금을 그대로 놓아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줄일 방도가 안보인다.

전문가 55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40명(73%)이 "앞으로 5년 안에 재정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5명이었다.

정부는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의 86%(47명)는 이를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1백20조원이다. 채무자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이름으로 돼 있는 것(국채 발행액+차입금)만을 잡은 수치다. 그러나 ▶금융 부실을 메우기 위해 들어간 공적자금(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가 조달) ▶국민.공무원.군인 연금의 모자라는 부분(책임준비금 부족분.3면 용어설명 참조) 등도 국가채무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견해를 반영해 전문가 55명이 추산한 국가채무는 평균 4백1조원으로 나왔다.

이처럼 무거운 국가채무를 갚으려면 나라 살림의 씀씀이를 크게 줄이고 세금을 훨씬 더 많이 걷어야 하는데 복지 예산 등 쓸 곳은 이미 크게 벌여 놓았고 불황 속에 세금도 목표보다 덜 걷혀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건강보험에 대한 예산 지원액만 해도 내년부터 5년 동안 20조6천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일단 빚 갚을 날짜를 뒤로 미뤄놓고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채권 4조5천억원(2002년 만기), 국채 2조원(2003년 만기)어치를 만기 10년짜리 채권을 새로 발행해 갚기로 한 것이 바로 그런 예다. 2003년에 한꺼번에 만기가 닥치는 정부보증 채무만 27조5천억원이나 돼 미리 만기를 이때 저때로 흩어놓는 것인데 근본 대책이 못됨은 물론이다.

여기에다 2005년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채도 위험도를 따지도록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이 바뀐다.

금융기관들이 국채 인수를 꺼릴 수도 있다. 지금부터 재정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연금의 일대 개혁에 착수하며 건강보험도 다시 수술하는 등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