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우수 선발 대학에 엘리베이터조차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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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대 인문캠퍼스를 다니는 지체장애 1급인 A씨(22)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A씨는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가려면 곤혹스럽다. 전공 강의실이 본관 7층에 있어서 7층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용 화장실은 1층에만 설치되어 있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다가 타기 일쑤다. 결국 쉬는 시간 10분에 화장을 갖다오기가 버겁다. 다른 건물도 이와 마찬가지라서 A씨는 화장실을 안가고 참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중 2009년 2학기에 재학한 장애학생은 서울대 46명(재학생 13,070명), 성균관대 16명(재학생 10,813명), 연세대 49명(재학생 17,622명), 명지대 65명(재학생 6,100명) 등이다. 1995년부터 시행된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을 통해 지금까지 연 평균 393명의 장애인이 대학에 입학했다. 장애인 특별전형을 도입한 대학도 시행 초기 8곳에서 90곳으로 늘었다. 이렇듯 대학에 장애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장애학생의 교육복지에 대한 지원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 장애인 전용 화장실 없는 곳 많아

명지대 본관 1층 장애인 전용 화장실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건물 1층에만 설치되어 있다. 특히, 본관 1층에 있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쓰레기가 쌓여있고 청소도구들을 모아놓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도서관, 공대건물, 경영관, 종합봉사실(본관)에는 있으나 그 외의 건물에는 없다. 도서관의 경우엔 3관으로 되어 있는데 각 관마다 하나씩만 있고, 공대건물과 경영관, 종합봉사실은 1층에만 있다. 성균관대학교 자연캠퍼스의 오래된 건물에는 장애인 전용화장실이 없고, 화장실을 리모델링한 건물에만 설치되어 있다. 을지대(성남)는 새로 지은 건물하나에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따로 있고, 그 외의 건물에는 없다.

◇홀 짝수 층 운영하는 엘리베이터 어떻게?

명지대 인문캠퍼스의 경우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나 홀수, 짝수로 따로 운영을 해 장애학생들이 홀수 층에서 짝수 층으로 이동시 불편함을 준다. 서강대는 오래전에 지은 3개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엘리베이터를 모두 설치했다. 성균관대 자연캠퍼스는 각종 편의시설이 있는 복지회관과 수업을 듣는 자연과학관, 생명 공학관 등 오래된 3층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만 있다. 삼육대는 엘리베이터가 강의동 건물 중에서 신축한 단 한 건물밖에 없고, 학생회관 역시 1층 식당만 출입이 가능하고 일체의 엘리베이터 설비는 없다.

◇ 건물 입구와 이동 통로

명지대 인문캠퍼스는 장애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본관의 완만한 길은 건물의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다. 더군다나 매우 미끄러워 일반 학생들도 자주 넘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탈길을 내려와도 층과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또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성균관대 도서관출입문 회전문

성균관대 자연캠퍼스의 도서관은 입구가 회전문이고 그 옆에 일반 출입문이 있지만 거의 막혀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도움이 없이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 힘들다. 자연과학관은 입구가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건물 안의 계단 옆에는 비탈길을 만들어 놨지만 폭이 좁고 옆에 지지대가 끝까지 다 설치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다. 이화여대는 중앙 도서관에 휠체어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주출입문에 경사로가 있지만 언덕길 수준이어서 수동휠체어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으며, 전동휠체어도 전복의 위험이 있다.)

◇ 장애인 전용 책상과 강의실

명지대 인문캠퍼스, 열람실과 교실에 있는 장애인 전용 책상은 모두 일반 학생과 같은 책상에 표시만 장애인 전용이라고 쓰여 있다. 열람실 책상은 출입구와 가깝다는 이유 외에는 편의성을 찾아볼 수 없다. 교실의 책상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그 조차 찾아볼 수 없는 교실이 많다.

서울대의 대강당(문화관)은 휠체어를 타고 내부를 다니거나 무대로 올라갈 수 없어 접근권이 없으며, 장애인석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을지대의 경우 장애인 전용 책상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책상이 의자랑 붙어 있어 등받이가 약해 기대서 힘을 가하면 잘 부러진다.

성균관대 제 1공대의 최첨단 강의실

성균관대 자연캠퍼스는 도서관에는 장애인 전용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제 1공대의 최첨단 강의실의 경우 경사가 있지만 계단으로 되어 있어 원하는 자리에 않을 수가 없고, 전용 좌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를 다니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재학 중인 지체장애 1급인 김모양은 "학교의 장애학생 상담 부서에 입학할 때부터 불편한 시설들에 대해 건의를 해왔다. 하지만 항상 '알았다'는 대답뿐 바뀐 것은 없었다."라고 말하며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들은 한정된 재원에서 소수의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전담 기구 마련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실태조사에서도 57개 대학이 예산 등 여건 부족으로 장애학생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재정 상태가 열악한 소규모 지방 대학은 장애인 전담 직원을 운영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08년 전국 192개 4년제 및 전문대학의 장애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를 평가한 결과, 개선요망 평가를 받은 대학은 112곳이었고 최우수대학은 20개, 우수대학은 20개, 보통대학은 40개 대학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 우수대학으로 꼽힌 대학들이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는 장애인지원센터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서울 ㅅ대학은 학생회관을 비롯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역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ㅇ여대의 경우 중앙 도서관에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ㅅ대학은 중앙 도서관에 장애인 전용좌석을 만들어놨지만 일반좌석에 이름만 붙여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조차 없다. 그리고 대학들의 장애인 화장실에는 규격에 맞지 않는 손잡이를 설치해 놓고 있다. 심지어 서울 ㄷ대학은 평가를 앞두고 시각실습실에 있던 책장 2개 분량의 점자서적을 중앙도서관에 옮겼다.

3년마다 실시되는 장애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는 2011년에 다시 실시된다. 내년에 실시될 평가에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교 홍보와 교육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보다, 장애학생들에게 직접 의견을 들어 실질적 요구에 기반을 둔 편의시설 설치가 필요할 것이다.

명지대 김지은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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