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사람들] 前아이스하키감독 김형식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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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드라이버샷이 3백m나 나간다면 골프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와 주니어 감독을 지낸 뒤 티칭프로로 변신한 김형식(55.경희고 교사.사진)씨는 이를 현실로 이룬 소문난 장타자다.

그의 실력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1994년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장타대회가 열렸다.

8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김씨는 드라이버샷을 무려 2백89m(3백16야드)나 날렸다. 김씨의 드라이버샷에 기가 질린 일부 참가자들은 아예 경기를 포기했다.

장타 실력 덕분에 그는 3백m가 안되는 파4홀에서는 드라이버 샷으로 온 그린에 성공하고 파5홀에서도 두 타 만에 그린 위에 공을 올리곤 한다.

그래서 앨버트로스나 이글은 많이 기록해봤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의 장타 비결은 아이스하키로 다져진 손목 힘에 있다. 80년 초 주변의 권유에 따라 처음으로 골프 클럽을 손에 쥔 김씨는 스냅을 활용해 피칭웨지로 공을 1백50m 넘게 날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김씨는 골프채를 손에 쥔 지 6개월 만에 싱글 골퍼의 수준에 올라섰다.

1m77㎝.83㎏의 당당한 체격에 손목 힘이 워낙 좋다보니 그동안 깨뜨린 드라이버만도 10여개나 된다.

김씨는 "드라이버샷을 하면 허공을 날아가던 공이 반토막 나 버리는 만화같은 사건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웬만한 프로보다 훨씬 긴 비거리 덕에 아마추어들끼리의 내기 골프에서는 져본 적이 거의 없고 함께 라운드하는 골퍼들은 그의 드라이버샷에 질려 페이스가 흔들리기 일쑤다.

이쯤되면 '드라이버샷은 자랑거리에 불과하고 퍼팅은 곧 돈'이라는 골프계의 속설이 무색하지 않을까. 99년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딴 김씨는 지난해 시니어 대회에 출전, 준우승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하라는 권고를 많이 받았지만 즐겁게 운동하는 것에 만족한다"며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을 바라볼 때마다 골프의 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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