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쿤밍 진출 한국기업 '금호화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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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외국기술을 베끼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중국이 농업분야에서 아직도 한국을 못 따라오는 게 한 가지 있다. 서양란의 일종인 신비듐을 키우는 기술이 그것이다.

신비듐은 국내에서도 승진이나 개업식 축하용으로 많이 쓰는 흔한 양란이다. 중국에선 춘절(설날)에 난을 선물하는 것이 풍습인데 동양란은 키우기가 어려워 최근엔 신비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화훼농가들도 기를 쓰고 신비듐을 키워보려 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을 단순히 살려 놓는 것이야 별일 아니지만 꽃대가 세 줄기 이상 나오도록 만드는 게 어렵다. 중국 농가가 이를 단기간에 모방하지 못하는 것은 신비듐을 상품화하는 데 4년여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엔 돈을 계속 쏟아붓기만 해야 해 어지간한 자금력으론 이 사업에 뛰어들기가 힘들다.

중국에 진출한 지 5년 만인 지난해에야 신비듐을 출하하기 시작한 금호화훼는 요즘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먹고 있다. '친정'인 한국을 생각하면 울어야 하지만 이 회사로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 지난 5월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주력 화훼상품인 카네이션을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통관을 일부러 늦춰 중국 화훼농가들이 낭패를 봤던 것이다. 당시 중국의 수출물량은 1억원어치밖에 안됐지만 한국정부는 국내 카네이션 농가의 반발을 우려해 통관을 미뤘다.

문제는 중국이 이를 트집잡아 내년 춘절 때 한국산 신비듐의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의 신비듐 농가는 1백억원대의 수출시장을 잃게 돼 심각한 타격을 받지만 이 회사는 뜻밖의 호기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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