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이야기] 배고픈 로봇 "충전해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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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애완 로봇에게 생동감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감정'외에도 '욕구'와 '항상성'이 필요해요.

욕구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 상태예요. 로봇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기본 요소지요. 동물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처럼 똑똑한 로봇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해요.

비교 행동학에서는 강아지의 욕구를 호기심.친근감.회피 욕구 등 11가지로 분류하고 있어요. 공학자들은 이를 애완 로봇에 적용할 때 여기에 '놀이 욕구'를 추가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더 향상시킨답니다.

공학자들은 애완 로봇의 욕구를 수식으로 표현해요. 로봇이 새로운 물건을 보면 '호기심'이 커져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게 하고, 무서운 것을 보면 '회피 욕구'가 증가해 도망가게 하지요.

생명체에서는 욕구 못지 않게 '항상성'도 중요해요. '항상성'이란 외부 환경이 변화해도 내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해요. 항상성의 대표적인 것으로 피로.배고픔.졸림 등이 있답니다.

로봇의 항상성은 전지의 충전 정도나 모터의 운동량과 관련이 있어요. 로봇이 운동을 심하게 하면 전지가 많이 소모되면서 피로가 증가해 잠을 잘 확률이 높아져요.

또 전지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에는 배가 고파져 사람에게 충전을 해달라고 조르거나 스스로 충전을 하게 되지요.

이와 같이 애완용 로봇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항상성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개성을 가지고 다양한 행동을 연출해요. 로봇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애완용 로봇을 아끼고 돌봐주게 되지요.

따라서 공학자들은 애완용 로봇이 애완 동물과 비슷한 감정.욕구.항상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답니다. 다음에는 이런 로봇의 감정.욕구.항상성이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기로 해요.

김종환.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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