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택 어떻게 변할까] 클릭만 하면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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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정보통신에서 물건의 구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담는 집은 이런 기술 발달에 따라 어떻게 변화될까.

#시나리오 1-온라인 집 짓기

2010년. A씨 부부는 집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선 온라인으로 '집 만드는 시스템'에 접속한다. 질문은 우선 기본 사항에서 시작된다.

'나이는?''아이의 수는?'등이다.

그 다음으로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질문이 계속된다.'요리하기를 좋아하는지''여가 시간에 하는 활동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무엇인지''정원 가꾸기를 원하는지'등 질문의 수도 아주 많다.

또 미적인 감각에 대한 질문도 다양하다.'창의 형태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원하는 지붕의 모양은'등.

온라인에 연결된 시스템에서는 이들 부부의 응답에 맞춰 주문 생산된 정보를 제공한다.

원하는 내용에 적합한 주택의 모습과 새롭게 시도되는 실험적인 주거 기능 등에 대한 내용이다. 주택은 '디자인 엔진'이라고 이름 붙여진 주택의 부품들을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조립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A씨 부부는 가구회사 아이케아가 만든 디자인 엔진으로 조합된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유지관리에 아무런 노력이 필요없는 디자인 엔진의 조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집 만드는 시스템'에서는 A씨 부부가 원하는 조건에 적합한 땅까지 알선해 준다. 며칠 후 공장에서 생산된 조립품에 해당하는 각종 디자인 엔진이 택지에 도달하면 일주일 이내에 주택이 조립된다.

#시나리오 2-인공지능 주택

2015년. 72세의 B씨는 부인과 몇 년 전에 사별하고 혼자 산다. 다리가 불편해 주로 휠체어로 움직이지만 집이 친구요 조력자 구실을 해줘 든든하다. 인공지능 주택인 것이다.

날씨가 흐리면 창이 저절로 투명한 상태로 변하면서 빛을 더 받아들이는 동시에 조명도 밝아져 우울한 기분을 없애준다.

집이 간호원 역할도 한다.약 먹을 시간마다 약을 먹으라고 알려주는 역할도 해 준다. 부엌은 휠체어에 앉은 채 조리에서 설거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돼 있다.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B씨지만 하고 싶은 요리를 정해 선택을 하면 부엌 벽면에 요리하는 화상이 그대로 뜨기 때문에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더구나 양념이 어디 있는지 필요한 그릇이 어디 있는지도 그 때 그 때 다 알려준다.또 줄어든 식품의 양도 자동으로 파악해 배달 요청까지 이뤄진다.

특히 주택 곳곳에 장착된 센서가 B씨의 상태를 늘 모니터해 주치의의 컴퓨터로 보내줄 뿐 아니라 급격한 이상이 생기면 응급신호까지 보낸다.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혼자 살아도 불안함이 없는 것.

이런 모든 일들을 주택 전체가 대부분 자동 인식을 통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작동을 위해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지난 16일 연세대 밀레니엄환경디자인연구소(소장 이연숙)가 주최한 미래주택 국제심포지엄에서 미국 MIT 대학 켄트 라슨 교수가 발표한 '변화하는 삶의 공간'에 포함된 내용이다.

라슨 교수는 이와 같은 미래주택을 실현하기 위해 15개 기업의 지원으로 내년 중 MIT대학 캠퍼스에 실험주택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실험주택에는 지원자들이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4개월까지 거주하면서 실험주택에서의 거주 여건 등을 연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험주택은 여러 개의 센서를 부착해 외부의 연구자들이 첨단 기능이나 재료 및 공간형태에 대한 거주자의 반응을 살피도록 만들어진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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