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첨예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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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밀양 얼음골(천연기념물 2백24호)일대 케이블카 설치문제를 두고 밀양시와 환경단체들이 3년째 대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밀양시에 제출된 환경성 검토결과가 업체의 의도에 맞게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업추진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밀양시와 지역 주민들은 사업추진에 강한의욕을 보이고 있어 환경단체와 마찰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밀양시는 민자를 유치,얼음골 입구에서 천황산 정상까지(1.8㎞)케이블카를 놓기 위해 밀양상의에 의뢰,사업 타당성과 환경성 검토를 마쳤다.

밀양시는 이 사업을 사실상 지역내 유력기업인 H사의 맡기기로 하고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다.

◇환경훼손 우려=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환경 ·시민단체들은 환경파괴,취약한 사업성,특정기업 특혜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얼음골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결빙에 이상을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밀양시가 H사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동산쪽에 상당한 특혜를 줄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밀양시는 도립공원 구역으로 묶여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 예정지역 일대에 대한 용도변경을 경남도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H사는 케이블카 아래쪽 정류장 예정지 일대 일부 부동산 매입을 마친 상태다.

밀양지역 10여 개 시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케이블카 반대 시민의 모임 이철헌(李哲憲 ·44)사무국장은 “용역 재조사와 문화재관리위원회 심의를 신청하는 등 강력하게 저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운동=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구연마을 주민들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지고 부동산 값 오를 것을 기대,적극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이 마을은 22년째 도립공원 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는 물론 사과 저장창고도 전혀 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마을주변 농경지가 공원 구역에서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주민들은 천황산 정상은 반대편인 울산시 배내골에서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 마당에 얼음골 쪽만 통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밀양시 ·업체 입장=밀양시는 관광수익을 늘리기 위해 강행한다는 방침이다.환경훼손을 줄이기 위해 철탑을 가운데 한군데만 설치하고 편입부지도 최소화하는 설계안을 마련했다.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시민주를 공모해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H사 관계자도 “지역발전에 동참해 달라는 밀양시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시민주 공모로 사업비가 충당되면 매입한 부동산은 반납하고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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