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짜리 1주의 횡재' 수익률 368만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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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LG투자증권이 영국에서 단돈 1파운드(1천8백50원)짜리 주식을 샀다가 4년 만에 무려 3백68만파운드(68억원)를 벌었다.

뜻밖의 횡재는 LG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이 1997년 런던증권거래소 회원사로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런던거래소는 신규 회원사에 상징적으로 런던증권거래소 B주식을 1파운드에 1주씩 팔았으며 LG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B주식은 회원 가입을 축하하고,회원 의무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나눠주는 일종의 증표다. 이 B주식은 일반인이나 비회원사에는 주지 않으며 거래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 주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뀐 것이다.

이 회사 런던현지법인 임재헌 법인장은 21일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뉴욕에만 신경을 쓸 때 과감하게 런던거래소를 선택한 것이 뜻밖의 행운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LG에 따르면 런던거래소는 지난 3월 거래소 자체를 상장하기 위해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B주식 1주를 보통주 10만주로 바꿔줬다.

이어 지난 7월 19일에는 대규모 무상증자를 했고, 그 덕분에 LG는 90만주를 추가로 받아 거래소 주식 1백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익이 너무 많이 쌓여 고민하던 런던거래소는 회원사에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이처럼 대규모 무상증자를 한 것.

런던현지법인 관계자는 "런던거래소측이 주식을 나눠주면서 '회원사가 존재함으로써 거래소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런던거래소는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회원사에 주식을 뿌린 측면도 있다.

런던거래소는 이어 7월 20일 런던증권거래소 시장에 상장됐고 보통주 1주의 가격은 상장 즉시 3.5파운드에 형성됐다.

LG는 이달 들어 주가가 3.53파운드를 기록하자 50만주를 지난 16일까지 처분해 모두 33억원의 이익을 보았다. 런던거래소 주가는 현재 3.7파운드로 나머지 50만주를 처분하면 35억원을 더 벌 수 있다. 보통주를 처분해도 회원자격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LG는 적절한 때 나머지 주식도 처분할 계획이다.

LG의 이같은 횡재는 국내 다른 증권사의 현지법인과 달리 런던증권거래소 회원사 자격을 땄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에는 LG외에도 굿모닝.대우.삼성증권 등이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런던거래소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회원사로 받아준다. 회원 가입비는 없다. 한국 증권거래소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2백40억원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회원 가입 당시 LG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은 다른 법인보다 약정고가 많았고, 런던 현지 증권사에 주는 중계료를 절약하기 위해 회원 가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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