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 서울투신 "고맙다, 장기증권저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대우사태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대우증권 계열의 서울투신이 장기증권저축 상품으로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산업은행이 서울투신의 우량 주식형 펀드를 산은투신으로 몰아주기로 하면서 이 회사는 한때 주식형 펀드를 모두 청산하는 등 투신사의 기능을 상실했었다.

최근 서울투신이 대우증권과 공동개발한 상품은 크리스탈 장기증권저축.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인덱스형'이나 선물을 이용한 '헤지(위험회피)형' 장기증권저축과 달리 자금의 80%를 주식에 투자하되, 주가가 내릴 경우 손절매를 하고 곧바로 채권에 투자하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다.

대우증권 조성준 이사는 "서울투신과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개발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증권저축이 틈새상품으로 가능성이 엿보이자 LG투자증권과 현대증권도 이례적으로 이 상품의 판매를 자청하고 나섰다. 주식과 채권 오가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구색맞추기용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 선보인 크리스탈 장기증권저축은 2백10억원어치가 팔려나가 삼성투신의 장기증권저축상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서울투신의 민경실 마케팅팀장은 "대우 사태 이후 주식운용을 포기하고 채권만 취급했었다"며 "국민연금의 주식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장기저축 상품 판매호조로 서울투신이 주식분야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철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