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TV가 영화보다 못하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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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부산영화제가 열렸던 지난주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2001년 신작 '마그리트 뒤라스의 사랑'을 들고 온 프랑스의 명배우 잔 모로(73)와 조세 다이얀(73)감독이 일반 관객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중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든 다이얀 감독을 향한 질문 하나. "영화와 TV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TV는 영화보다 열등한 매체가 아닌가요."

기자가 국내 배우들에게도 자주 던지는 물음이다. "제작에 여유가 있는 영화에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저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지요. 매일매일 쪽지 대본에 의존하는 TV드라마에선 불가능해요"라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그런데 다이얀 감독의 대답은 의외였다."둘을 비교할 수 없다. 성격이 다를 뿐이다. 오히려 『레 미제라블』이나 『몽테 크리스토 백작』 같은 장편소설이나 사람을 다룬 전기물일 경우 TV가 영화보다 유리하다. 시간 제한이 명확한 영화와 달리 TV는 해당 작품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발자크를 그린 TV드라마에서 잔 모로를 만났다. TV를 우습게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일일드라마.미니시리즈.단막극.대하사극 등 양은 넘치면서도 질에선 드라마가 영화에 비해 한단계 떨어지는 것으로 흔히들 생각하게 된 원인은 뭘까. 시청률만 의식한 잔재미만 있을 뿐 한 시대나 인간을 온전하게 그려내려는 진정성이 결여된 까닭은 아닐까. 그래서 10부작 남짓한 중형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닐까.

물론 프랑스와 한국을 맞대놓고 견줄 순 없다.양국의 전통.정서 차이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솔직히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TV와 영화의 공존과 보완은 꿈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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