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는 지금] 일본서 길고양이 밥 주다 거액 위자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집 없는 고양이(노라네코·野良猫)들을 보살펴온 일본인이 204만 엔(약 2500만원)의 위자료를 물게 됐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3일 장기 9단인 가토 히후미(加藤一二三·70)가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바람에 이웃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주민들은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설치고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가토에게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가토는 도쿄 미타카(三鷹)시의 정원 딸린 고급 테라스하우스에 산다. 이곳에는 모두 1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가토는 1993년부터 현관 앞에서 동네의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18마리의 고양이들이 동네에 몰려왔다. 2002년에는 정원에서 새끼 고양이 6마리를 키웠는데, 겨울엔 얼어 죽지 않도록 현관 앞에 종이상자와 타월 등으로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가토는 고양이는 해를 끼치는 동물이 아니라며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주민들은 2008년 11월 가토를 고소했다. 이번에 거액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받은 가토는 “고양이가 오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일본 유기고양이방지회에 따르면 1년에 전국 지자체가 살처분하는 집 없는 고양이는 21만 마리에 달한다. 도둑 고양이의 천국인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어떤 동네에는 “노라네코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