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고속도로에 혼잡통행요금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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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기상이변의 원인인 지구온난화의 가장 주된 요인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자동차의 운행을 줄이는 노력이다. 자동차, 특히 개인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개인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요금제도를 통한 규제다.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 요금제도는 원가 회수주의에 입각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취하고 있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은 자신이 얻는 수익을 요금으로 지불하고, 도로공사는 이를 건설 비용의 일부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통행량의 규모나 혼잡 정도와는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부과한다. 이런 방식은 대도시 주변과 같이 통행수요가 시설용량을 훨씬 웃도는 구간에서는 도로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고, 혼잡을 가중시킨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통행료와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는 혼잡비용을 많게 해 사회적 비용을 더욱 크게 하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치게 된다.

이용자가 발생시키는 혼잡비용만큼 요금으로 징수해야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게 되면 그만큼 높은 통행가치를 가진 통행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만한 가치를 갖지 않는 통행자들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서울시 남산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받은 이후 승용차 통행이 36.2% 줄어들고, 버스 통행은 257.6%로 매우 높아졌다. 통행속도는 11.6%가 빨라져 대중교통으로의 수요 전환과 속도 향상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에서도 혼잡통행료를 받은 이후 승용차 통행이 33% 줄어들고, 버스통행은 23% 늘어났으며 주행시간이 30% 이상 단축됐다고 한다.

혼잡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혼잡시간대에 통행료를 할인해주고,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현 고속도로요금제도는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조장하고 적정수준 이상의 혼잡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왜곡돼 있는 셈이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고속도로요금을 혼잡통행요금에 근거해 징수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개인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물론 승용차가 일반화된 시대에 국민적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용자들은 자신이 발생시키는 혼잡비용이 결국은 자신에게 손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소득이 증가할수록 개인승용차 이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제도 개선이 더욱 절실하고 시급하다.

노정현 한양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