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세 상승 왔나…전문가 지상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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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앞으로 1년 이상은 충분히 오를 수 있다."(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때다."(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간판급 애널리스트 두 사람의 증시 전망은 이처럼 사뭇 달랐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632.05)를 넘나들자 대세상승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지만, 경계론 또한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溫이사는 우선 "미 금리인하에 따른 전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경기회복 기대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주가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李팀장은 "요즘 주가 상승은 심각한 경기침체 등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 한다. 기업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상승은 사상누각"이라고 주장했다.

두 애널리스트가 20일 경기.주가 전망 등 현안을 놓고 지상논쟁을 벌였다.

-최근의 '대세상승론'을 어떻게 보는가.

溫:"나는 이미 한달 전부터 대세상승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란 보통 경기보다 6개월 먼저 움직인다. 국내 경기는 내년 2분기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믿고 있다.요즘 주가 상승도 경기회복에 앞서 펼쳐지는 대세상승의 초기 상황이다."

李:"경제가 계속 위축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대세상승을 논할 수 있는가. 과거 어떤 대세상승기를 보아도 경기가 위축상태를 벗어날 때 상승초기에 들어섰었다.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50%가 넘는다. 수출이 10여개월 이상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고, 반전조짐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번 상승이 경기회복에 앞선 선행지표라고 보지 않는다."

-바닥은 지났다고 보는가.

溫:"지난 9월에 찍었다고 본다. 따라서 400포인트 후반을 지난 상승 추세가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李:"지난 9월의 500선 안팎이 바닥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바닥을 확인했다고 주가가 V자 형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1998년 대세상승 초기와 비교하면 어떤가.

溫:"지금 상황과 너무 똑같다. 98년 4분기에 국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최악이었다. 그런데 주가는 98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두배가 올랐다. 경기회복 신호는 99년 3월부터 나타났다."

李:"많이 다르다. 98년에는 주가가 올라가면서 경기도 좋아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주가와 경기가 나란히 움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논리를 적용하기가 힘들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불분명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지 미국의 경우엔 대략 5개월 보름 정도 선행한다."

-경기저점은 언제이며, 그 판단 근거는?

溫:"경기저점은 대략 내년 3월로 본다. 우리 연구소의 분석결과가 그렇고 한국은행 등 다른 연구기관의 견해도 대체로 일치한다. GDP성장률.수출증가율이 중요한 판단 지표다."

李:"산업생산증가율이 가장 중요하다. 이 지표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체감할 수 있는 저점은 내년 2분기다. 그 때나 돼야 금리인하.재정정책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장세는 어떻게 보나.

溫:"올 연말 종합지수는 710 정도로 본다. 향후 시장은 반도체.통신.금융주가 주도할 것이다. 경기회복이 본격화돼야만 굴뚝주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李:"지수가 좀더 오르더라도 조만간 주춤할 것이다. 연말 예상지수는 580~600이다. 반도체.통신주는 그동안 많이 올라 상승 여력이 적다. 어차피 이번 장은 순환매 장세다. 저가대형주.증권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다. 연말까지는 굴뚝주들이 IT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다. 내년 상반기엔 종합주가지수가 대략 630~650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임봉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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