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증시 추락해도 클 기업은 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해 있지만 그 와중에도 시가총액이 활황장세 때보다 훨씬 불어난 '알짜'기업도 꽤 있다.

20일 일본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의 주식정보지 'ALL투자'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이 1989년 말 사상 최고 지수 때에 비해 두배 이상으로 불어난 기업이 23개에 달했다.

특수주문형 대규모 집적회로(LSI)및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인 롬은 12년새 시가총액이 무려 7.8배로 늘어났다. 세라믹 콘덴서 제조업체인 무라타(村田)제작소는 3.8배, 생활용품 소매업체인 코메리는 3.7배로 시가총액을 불렸다.

이 잡지는 닛케이지수가 최고점(38,915엔)이던 89년 12월 29일과 미 테러사건으로 주가가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최저치(9,504엔)로 밀렸던 지난 9월 17일의 종목별 시가총액을 비교했다.

◇ 실력만 있으면 기업은 큰다=시가총액 신장률 10위에 든 기업들은 업종은 다양하지만 끊임없는 신기술.신제품 개발로 경기침체를 극복해 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완제품 업체보다는 확실한 기술을 지닌 부품업체들이 더 강한 면을 보였다.

롬과 무라타제작소는 첨단제품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고하게 지켜 초우량주로 평가받고 있다. 무라타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인 품목이 6개나 된다. 일본전산.키엔스.마부치모터 등도 부품회사지만 조립.완성품 업체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 기업은 소비자가 평가한다=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서비스업체들도 시가총액 불리기에 성공했다. 아데랑스는 가발업체로 출발했으나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착안, 육모제.발모제 등을 잇따라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야마토운수는 우체국 소포보다 편하고 정확한 택배서비스로 기업가치를 높였고, 경비업체 세콤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정보기술(IT)업체는 추풍낙엽=소프트뱅크.히카리통신 등 일본 IT 대표주자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반새 9~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IT붐이 절정이던 2000년 4월까지만해도 덩치 위주의 경영을 내세웠지만 세계적인 IT불황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특히 휴대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들의 수익모델은 상당수 깨져버렸다. 히카리통신의 경우 24만엔이 넘던 주가가 최근엔 1천엔대로 추락한 상태다.

◇ 관심 끌기 시작한 지방주=지명도가 낮고 값도 싸지만 특정지역 내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지방기업들이 유망 투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코쿠(四國).규슈(九州).홋카이도(北海道)전력 등 지방 전력회사들과 우메노하나.타스코시스템 등 지방의 독특한 전통식품을 개발.판매하는 식품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