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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싱글벙글 쇼' 진행자 강석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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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떤 백성이 나 돌도로로~ 사를 찾아왔느냐 … 쯔쯧, 그러다가 큰코 다치느니라."

매일 낮 12시25분~오후 2시에 버스나 택시를 타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는 '돌도사' 강석(52.사진)의 목소리. 그가 MBC 라디오 '싱글벙글 쇼'를 진행한 지 어느새 20년이다. 올 연말이면 MBC가 청취율 순위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을 20년 이상 맡은 진행자에게 주는 '골든 마우스상'도 받는다. 이종환.김기덕에 이어 세번째 기록이다. 그는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는 시사 콩트가 먹히도록 정신 없이 돌아간 세상살이 덕분"이라고 '장수'비결을 짚었다.

세월은 그의 생활습관도 바꿔 놓았다. 늘 생방송 시간에 맞춰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사실 그는 1978년 TBC '청춘만세'로 데뷔한 코미디언 출신이다. 84년 '푸른 신호등'으로 라디오 진행을 시작했고, 그해 가을 '싱글…'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라디오 시사 콩트 시대를 열었다.

'싱글…'는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청취율 3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싱글…'의 인기에는 그가 만들어 내는 '천의 목소리'가 단연 일등 공신이다. '돌도사'를 비롯해 '시사 스포츠''오늘의 시사요리''대낮토론 전화를 받습니다' 등 다양한 코너에서 강석의 성대모사는 빛을 발한다. 인터뷰 대상이 되는 유명 정치인의 목소리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 중 가장 애착을 갖는 캐릭터는 87년 시작한 돌도사로 "시사 풍자를 주로 하는 만큼 정치색을 띠지 않으려고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사회 부탁을 받고 한 출판기념회에 갔다가 저자가 총선에 나갈 것이란 말을 듣고 그대로 돌아오기도 했단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강석은 "운전하던 청취자가 웃느라 앞차를 받았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다반사"라고 말했다. '두더쥐가 신경통에 좋다'는 사연을 소개했다가 MBC 모든 전화가 신경통 환자 전화를 받느라 불통이 되기도 했고, 전화 인터뷰 중 갑자기 '수위' 높은 첫날밤 이야기를 꺼낸 청취자 탓에 방송위원회에 불려가기도 했다.

섬뜩한 일도 있었다. 소설 '실미도'의 백동호 작가는 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애청자였다. 94년 출소 직후 사연을 보낸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 "절에 들어와 글을 쓰고 있다"는 그의 근황을 들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느 절이냐"고 물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 백씨는 조직 폭력배들에게 테러를 당했다. 강석은 "라디오의 위력을 실감했다"며 "그 뒤로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87년부터 함께 진행하고 있는 '찰떡 콤비' 김혜영(42)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진짜 부부 사이냐고 묻는 팬들도 많다"면서 "진행자가 서로 친해야 청취자들이 듣기 편하다는 철칙에 충실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오래됐다는 게 자랑도 아닌데…"라며 '20년'이 부각되는 걸 내내 부담스러워 하던 그는 "앞으로의 20년도 서민의 편안한 오후를 책임지는 '싱글…'의 공동진행자로 남고 싶다"고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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