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검찰총장 사퇴 공방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건(辛建)국정원장과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퇴진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민주당도 공식적으로는 이에 반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퇴진 불가피론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사정.정보기관의 책임자인 '辛.愼라인'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다음달 중순에 있을 개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안 제출"=한나라당은 이날 愼총장에 대한 무차별 공세에 나섰다. '이용호 게이트'특검 조사와 진승현 로비부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착수로 愼총장의 입지가 취약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용호.진승현.정현준 사건은 愼총장이 대검 차장으로서 엉터리 수사지휘를 했던 사건들"이라며 '愼총장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자진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탄핵안 제출 등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辛원장에 대해서도 압박했다. 權대변인은 "국정원이 간첩은 안잡고 검은 돈에 개입했다"면서 辛원장의 해임과 특정지역의 요직 독점 해소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대비해 사정.정보기관을 '중립화'하려는 것이다. 호남 출신인 '辛.愼라인'을 바꿔 후임에 비(非)호남 인사가 임명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두 사람에 대한 공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공식적으론 반대, 일부에선 "문책 불가피"=정부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의 거취문제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여운을 뒀다. 국정원 간부들의 비리개입 의혹은 辛원장 시절에 터진 것이 아니며, 愼총장은 개인비리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명백한 인책사유가 있어야지 정치적 공세 때문에 물러나게 해선 안된다"(沈載權 기조위원장)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여권의 내부 분위기는 다소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의원은 "愼총장이 특검조사를 받는다면 검찰의 조직이 견딜 수 없다"며 '용퇴론'을 제기했다. 일부 수도권 초.재선과 쇄신파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

여권 내 권력 갈등설도 있다. 대선 주자들간에 이해가 다르고,동교동 신.구파의 계산도 복잡하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제2차장이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퇴진과 함께 동교동계 구파의 인맥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