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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따뜻한 해변의 유혹 '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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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변덕스럽다. 푹푹 찌는 여름 날엔 눈꽃 휘날리는 스키장을 그리워하다 어느새 쌀쌀한 기운이 몸속을 파고 들면 '해변의 추억'을 꿈꾼다. 그래, 어찌 그걸 변덕이라고 치부할 수만 있을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 아니랴.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눈을 돌려 사시사철 따뜻한 동남아시아로 훌쩍 떠난다면 그곳엔 한여름의 정열이 타오르고 있다. 특히 '발리에서 생긴 일' '황태자의 첫사랑' 등 최근 TV 드라마의 배경이 된 클럽 메드 발리는 한국인들에게 상한가를 치고 있는 휴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빠가 생색낼 수 있는 곳=알려져 있다시피 클럽 메드는 일반적인 패키지 해외 관광 여행과 다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빌리지라 불리는 한 곳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문명과 격리'와 '자율성'은 클럽 메드의 모토다. 그래서 종전까지는 가족 단위보다 싱글, 중장년층보다 신혼 부부의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이런 클럽 메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덕이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4세 이하면 '쁘띠 클럽'에, 11세 이하면 '미니 클럽'에 맡기면 된다. 이들 '키즈 클럽'은 단지 아이를 맡아 보살피는 위탁 시설이 아니다. 어른들과 똑같이 양궁.서커스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국에서 모인 아이들은, 언어가 틀리고 문화가 달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모들의 손길이 닿을 틈도 없이 마음껏 뛰고 놀며, 저녁엔 자신들이 배운 프로그램을 부모들 앞에서 선보인다. 온 가족이 함께 왔다는 정경준(38)씨는 "두 아이가 밥도 같이 먹지 않을 정도로 또래 애들과 노는 것에 푹 빠져 있다. 덕분에 애 뒤치다꺼리에 지친 아내가 모처럼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내가 나에게 오히려 고마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싱글 여성들의 럭셔리한 여행=낮에는 이런저런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지만 해가 진 밤엔 과연 이 외딴 곳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밤에도 클럽 메드는 숨가쁘게 돌아간다. GO(gentle organizer)들의 다양한 쇼와 게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GO는 보통 호텔의 상주 직원과는 다르다. 낮엔 윈드서핑.스노클링.골프.테니스 등 야외 활동을 지도하는 강사지만 저녁엔 무대에 오르는 배우이자 낯설어 하는 관광객들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도우미이기도 하다. 뷔페 식당에서 그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식사 시간을 가지는 경우는 흔하다. 만일 낯을 가려 GO와 어울림을 꺼린다면 굳이 휴양지로 클럽 메드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손짓.발짓을 해도 서로의 느낌은 공유된다. GO중 80%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성들이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숨막혔던 싱글 여성들에게 이곳이 특히 인기있는 이유다. 열린 마음만 갖고 있다면 이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발리=최민우 기자

***여행 정보

클럽 메드안에선 동력을 이용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없다. 제트 스키나 워터 래프팅 등은 따로 비용을 내고 빌리지 밖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클럽 메드 바깥 발리의 아름다운 경관을 관광할 때에도 추가 비용(성인 1인당 5만~10만원)이 든다. 바다 위에 떠있는 듯 보여 석양이 아름다운 타나롯 해상사원과 75m의 아찔한 절벽을 자랑하는 울루와투 사원 등이 인기있는 명소. 문의 02-34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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