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J의 경선 불개입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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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 후보 경선에 개입하지 않고 정치에 초연(超然)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은 총재직 사퇴의 결단을 보다 구체화한 내용이다. DJ 의중이 특정 경선 주자에게 쏠려 있다는 식의 '김심(金心)' 논쟁이 의미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

金대통령의 이런 의지 표명으로 민주당 경선에 담긴 새로운 정치 실험의 의미가 더욱 다져진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총재직 사퇴를 둘러싼 '3金연합의 신당설''정치권 새판 짜기의 노림수'라는 의심스러운 가설(假說)을 스스로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민주당 내 대선 후보 주자들은 새로운 발상과 각오로 나서야 한다. DJ의 후광이나 낙점에 기대려는 구태의연한 생각과 행태는 버려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실험의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자생력을 키워야한다.

청와대로 향하는 창구를 폐쇄하고 일선 당원들의 밑바닥 정서와 판단을 잡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민심의 호응과 지지를 얻는 내년 12월 본선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경선은 누가 진정한 국가운영의 리더십을 갖췄느냐의 평가전이 되도록 꾸려가야 한다.

그럼에도 개운치 않은 흐름이 민주당 내에 있다. "지금처럼 정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최근 발언이 그것이다.

金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DJ가 동교동계 구파를 앞세워 경선을 원격조종할 것'이라는 의혹이 남은 이유는 이런 언급 탓이다. 정치를 한다, 안한다는 문제는 개인 자유에 속하지만, 그의 미묘한 움직임은 건강치료차 내년 초 두달 가량 외국에 나가는 김홍일(金弘一)의원의 자세와도 차이가 난다.

金대통령의 경선 불개입 선언으로 민주당이 순항할 것이냐의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그럴수록 전당대회 시기.방식 등 공정.합리적인 게임의 틀을 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DJ의 구상을 뒷받침하면서,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 차기 주자를 포함한 민주당원 전체의 몫이자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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