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루칩 아직도 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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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가을 랠리(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역시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10월 이후 지난 16일까지 모두 2조4천3백61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종합주가지수를 27%나 껑충 뛰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외국인들이 과연 앞으로도 계속 주식을 사들일 것인가에 쏠려있다

이에 대해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 외국계 증권사들은 "당분간 계속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그동안 외국인들은 아시아 신흥시장 중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한국.대만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유입시켜 왔다"며 "하지만 대만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4%로 나타나면서 대만에 몰렸던 돈까지 한국증시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외국계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에 매수세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단기간에 급등한만큼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들의 견해와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 "블루칩 계속 산다"=메릴린치 이원기 상무는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내년도 경기회복을 겨냥한 선취매"라며 "아직도 삼성전자.SK텔레콤 등은 가격이 비싸 못살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도 "현재 58.9%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그때 국내기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 주식 비중 축소 가능성은 적어"=ING베어링증권 목영충 상무는 "외국인들이 단기적으로 이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9.11 테러사건 같은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SBC증권 이정자 서울지점장도 국내 증시에 외국 돈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JP모건 피터 리 리서치팀장은 "아직은 미국경제에 회복 신호가 없어 국내 증시도 2~3개월 안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말부터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외국인들이 휴가전에 보유주식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장세 진단=메릴린치 이상무는 "이미 국내 증시는 펀더멘털(기초여건)호전에 따른 대세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며 "몇달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도 "한국증시는 이미 바닥을 쳤다"며 "더 이상 지수가 5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HSBC 이 지점장은 "대세상승을 위해선 무엇보다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서야 한다"며 "최근 주가상승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 "반도체.통신주.금융주가 시장 주도"=ING베어링증권 목상무는 삼성전자.삼성전기.LG전자 등 대형기술주가 국내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피티리 팀장은 삼성전자.국민은행.SK텔레콤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종목들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이닉스.LG전자 등 중저가 옐로칩으로의 순환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기.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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