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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형 항암제 미국서 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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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암세포를 한개씩 골라 죽이는 놀라운 성능의 항암제인 '나노(nano)폭탄'이 개발됐다.

나노 폭탄이란 방사성 동위원소 원자(原子) 한개로 만든 10억분의 1m 크기의 초미세 폭탄형 치료제.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신호는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의 데이비드 셰인버그 박사팀이 나노 폭탄을 제조,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단백질 항체에 붙인 뒤 혈액에 주사해 암에 걸린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폭탄'은 핵발전소와 핵무기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은 악티늄-225 원자를 이용해 만들었다.

나노 폭탄으로 치료받은 쥐는 3백일이 넘게 생존한 반면 이를 투여하지 않은 쥐는 평균 43일 만에 죽었다.

3백일이 지난 쥐를 죽여 해부한 결과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노 폭탄이 혈관을 돌다 암세포 속으로 침투하면 악티늄-225 원자가 깨지면서 방출되는 4개의 고에너지 알파 입자가 암세포를 '폭파'한다.

수술이나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 기존 암치료가 암 덩어리 전체를 공격하는 데 비해 나노 폭탄은 암세포를 한개씩 파괴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문제는 정상 세포를 엉뚱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연구진은 지금까지 동물실험에서 그러한 부작용은 매우 작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곧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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