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사위서 왜곡수사 성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5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김은성(金銀星)국정원 전차장의 정현준.진승현 금융비리 개입의혹을 추궁하던 여당 의원들이 '폭발'한 것이다. 의혹 사건마다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던 여당 의원들이 바뀐 것이다.

민주당 제1 정조위원장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은 "의혹이 하도 많이 터져나와 검찰과 정부에도 부담스럽고,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기에도 염치가 없다"며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했다. 그러더니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한시적으로라도 비리사건 전부에 대해 특검제를 하는 게 낫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咸의원은 "장관 뒤에 앉은 검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서 1991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의 비화를 공개했다.

"당시 조직폭력배 金모씨가 鄭모씨의 사주를 받고 빠찡꼬 업소를 협박해 강탈했는데 안기부 실세인 嚴모씨가 부하직원을 서울지검 특수부에 상주시켜 온갖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결국 金씨만 구속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 다른 검사가 이전 수사기록을 고스란히 가져다 鄭씨를 구속하고,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옷벗고, 고검장 한명이 구속되고, 안기부 嚴씨도 옷을 벗었다. 역사의 반복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인 조순형(趙舜衡)의원도 나섰다. 그는 "국정원이 검찰 상급기관이냐. 어떻게 검찰이 이렇게 수사를 할 수 있느냐"면서 "이런 사건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검찰 개혁 백가지를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장관, 자신없으면 검찰총장한테 지금부터 모든 사건에서 손떼고 다 특별검사에게 맡기라고 지시하시오. 이건 국정원이 한두 사람 아니고 아주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같단 말이오"라는 趙의원의 발언에 최경원(崔瓊元)법무부장관은 물론 야당 법사위원들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趙의원은 "법을 지키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국민들이 정말 분개하는 게 떡값이다. 그래, 떡값으로 줘서 사법처리할 수 없다니 1천만원이 떡값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법무부에서 준법운동 열심히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질타했다.

검찰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도 개탄했다. 최연희(崔鉛熙)의원은 "나도 검찰 출신인데 문제만 나면 전부 검찰 관련이니 검찰을 거들고 싶어도 거들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최병국(崔炳國)의원도 "검사였다고 어디 가서 말도 못한다"면서 "조그만 사건 덮으려다 온 산이 다 타게 생겼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전부 수사해야 한다고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김종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