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손뜨개 목도리·장갑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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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배두나가 끼고 나온 빨간 털장갑을 기억하십니까?

올 겨울엔 '호호'부는 입김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손뜨개 소품들이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 리어카와 동대문 패션몰의 소품 가게들은 이미 손뜨개 목도리와 장갑들이 '점령'한 상태. 각 백화점의 여성복 매장 역시 손으로 짠듯한 긴 목도리와 모자가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 거리를 휩쓸었던 파시미나 열풍은 손뜨개에 밀려 한풀 꺾인 분위기다. 손뜨개 패션이 뜨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복고풍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패션 전문가들의 의견. 날씬함과 섹시함을 강조하는 기존 스타일에 대한 반발 작용이 한 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 더 굵게, 더 길게=올 겨울 손뜨개 소품들의 특징은 털실의 올이 더 굵어지고 색상과 디자인이 화려해 진 것. '팝콘 실'혹은 '뽀글이'라 불리는 굵기가 일정치 않은 부숭부숭한 털실로 짠 제품들이 인기다.

목도리의 경우엔 전체적으로 길이가 길어졌다. 끝부분에 달린 술의 길이도 덩달아 길다. 장갑은 손등에 무늬가 들어간 것이 많다. 천 두쪽을 털실로 이은 '주방용 장갑'디자인도 등장했다.

이대 앞에서 손뜨개 전문점 'TJ'를 운영하고 있는 장태준(25)씨는 "빨간 목도리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모자는 지난해 유행했던 방울 달린 모자 대신 투박한 벙거지 모자가 잘 나간다"고 전했다.

◇ 목도리는 한 번만 두를 것=손뜨개 소품들은 자칫 투박하거나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긴 머플러와 모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두터운 니트 스웨터.

굵은 올의 롱 머플러는 칭칭 감지 말고 한번만 둘러 길게 늘어뜨린다.

발랄한 소녀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면 밝은 색상의 타이즈에 슬림한 치마를 입는다. 머플러와 같은 색의 모자나 장갑을 코디하고 작은 손뜨개 가방을 든다. 아이엔비유 디자인실의 이연수 실장은 "검정.회색 등 어두운 색깔 코트 위에 튀는 색깔의 손뜨개 목도리를 두르면 숄이나 파시미나와 달리 깜찍하고 개성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 집에서 직접 떠보자=손뜨개 소품은 손수 만들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백화점에서 보통 5만원 이상 하는 목도리를 집에서 만들면 1만~2만원 밖에 들지 않는다.

김정란 손뜨개 연구소(http://www.jrkim.co.kr)의 김정란 소장은 "요새 유행하는 '울슬라브사(팝콘 실)'로 만든 목도리는 털 자체가 굵고 특이하기 때문에 특별히 무늬를 넣을 필요가 없다"며 "초보자도 1~2일이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 손으로 빨아, 눕혀 말릴 것=드라이클리닝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차거나 미지근한 물에 울 샴푸로 손빨래를 한다. 헹굴 땐 섬유 린스나 식초 몇 방울을 넣는 것이 좋다.

손으로 눌러 물기를 짜거나 보자기로 싸서 탈수기에 돌린다. 뜨근뜨근한 바닥에 펴서 말리면 스팀 다리미를 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현경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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