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에 간직한 옛 애인, 잘못 걸리면 파혼 빌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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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29)씨는 지난해 파혼의 아픔을 겪었다. 종교 문제가 원인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A씨의 부모는 당시 여자친구는 물론, 여자친구의 가족까지 개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를 믿고 있던 여자친구의 부모는 반발했다. 줄어들지 않는 간극은 결국 파혼으로 이어졌다.

전 여친의 그림자는 다시 한 번 A씨에게 상처가 됐다.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며 A씨는 지인의 소개로 독실한 기독교인을 소개받았지만, 전 여친과의 추억이 문제가 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전 여친과의 여행사진, 끊지 않은 일촌 등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얼마 전 전 여친이 ‘잘 지내느냐’며 안부성 방명록을 남기면서 A씨의 여자친구는 폭발했다. 그녀는 “도대체 당신의 마음을 믿을 수가 없다”며 떠났다.

위의 사례는 흔히 겪을 수 있을 법한 연애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이 당사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심각해 진다. 결별 내지는 불화는 물론, 파혼이나 이혼 사유로 번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한 ‘파혼 예방 가이드’가 책으로 출간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파혼을 막기 위한 치밀한 가이드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웨딩부문 팀장인 정주희씨가 10년간의 결혼 상담 경험을 살려 낸 &ltlt;한 권으로 끝내는 결혼준비&gtgt;라는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 신뢰를 강조한다.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실제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뢰 문제로 헤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저자는 신뢰를 쌓기 위해서 ‘옛 연인과의 기억이 남아있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정리를 확실히 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A씨의 경우처럼 옛 애인의 기억이 나중의 연애 및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법원에서 진행되는 이혼 소송 중 상당수 사건에서는 증거자료로 싸이월드 미니홈피 캡쳐사진이 제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신뢰 문제는 결혼 후 이혼 사건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부부간 ▲예전 애인과의 사진ㆍ편지를 정리하지 않는 것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는 것 ▲과거를 들춰내 부부싸움을 하는 것 등이 이혼 사건의 증거로 꼽힌다. 법원 관계자는 “의심을 할 거리를 서로 없애고 믿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왕도(王道)”라고 전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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