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영원한 현역' 신상옥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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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옛날과 달라진 게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제작의 자유입니다."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도했던 신상옥(申相玉.75)감독.

그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자신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시도한 데 대해 감격하는 한편 별 제약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현 상황을 부러워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옥화'(1958).'증발'(94) 등 申감독의 영화 열편이 상영되고 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온 그의 스크린 인생 50여년을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申감독은 "거의 잊고 지냈던 50년대 작품까지 발굴해낸 프로그래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화가 돈만 갖고 된다면 북한에서도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와야 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일할 때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었거든요. 문제는 자유였죠."

申감독은 "요즘 돈이 궁할 때면 북한 생각이 난다"고 농담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영화 전문가인 건 확실하나 외부 세계를 영화로 이해하려 했고, 가끔씩 영화의 픽션을 현실로 생각하곤 해 답답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살았을 뿐입니다. 지나고 보니 격동의 세월이었더군요. 일부에선 저를 거장으로 취급하는데 그저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다른 생각없이 우리 시대의 욕망을 드러내 보이려고 했습니다."

그는 요즘 비판받는 조폭영화에 대해선 "그런 영화도 대중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이후 밀려든 서구문화 속에서 휘청댔던 한국인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일부에선 제가 봉건적 가치를 깨려 하는 감독인 것처럼 생각했지만 그건 사실과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유교적 가치관을 제시하려고 했어요. 지금도 제 도덕관.여성관은 유교적입니다."

申감독은 자신을 '영원한 현역'으로 정의했다. 그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문제를 다뤄볼 작정"이라며 "할리우드 메이저 회사와 작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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