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중국이 꿈꾸는 한·중관계는 통일신라와 당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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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텅페이(袁騰飛·38·사진). 최근 중국에서 인기 최고의 역사 학원강사다. 최근에는 마오쩌둥을 ‘독재자·학살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CC-TV의 인기프로 백가강단에 출연해 13억 중국인을 상대로 중국역사를 가르친 인물이다.

그가 쓴 『역사가 무슨 장난감이라고!(歷史是個什麽玩意兒·사진)』는 지난해 9월 1권이 나온 이래 최근 3권이 나왔다. 역사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의 책은 학원 강단에서 내뱉는 육성이 그대로 실려있다. 문어체 일색의 기존 역사책과 확연히 다르다. 생생한 문어체와 컬러풀한 도표가 한 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게 도와준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그가 당(唐)나라의 역사를 서술하는 부분이 주목된다. 신라와 당의 활발한 교류를 지적하면서 현재의 한중관계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다음은 ‘한국진화사(韓國進化史)’란 제목이 붙은 소챕터의 번역이다. 이 부분을 보면 현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일 단면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깊게 받은 나라였으며 문화적으로 중국이 우월하다는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한국이 만주를 고토라 주장하듯 그들은 대동강 이북을 자기 땅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시각도 그다지 곱지 않다. 이책은 이미 베스트 셀러에 올라 수 백 만부가 팔렸다. 중국인들은 한중관계를 당나라와 신라의 관계로 만들고자 꿈꾸고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한국진화사

당(唐)왕조와 신라의 우호관계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신라는 지금의 북한(朝鮮)이다. 수(隋) 나라 시기 한반도는 고려(고구려), 신라, 백제 세 나라가 정립하고 있었다. 그 중 고려는 지금의 중국 동북지방까지 영토로 차지했던 가장 큰 국가였다. 신라와 백제는 지금의 한국으로 한반도의 남부에 위치했다. 이를 삼국정립이라 한다.

수(隋) 나라 시기 수양제는 세 차례 고려정벌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당 태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려인들의 혁혁한 무공 앞에서는 수양제의 길을 답습해야만 했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아마도 고려의 추운 날씨와 불편한 교통 때문이었다. 당 고종 때에도 고려 정벌을 시작했으나 여러 차례 실패로 끝났다. 이에 당 나라의 명장 소정방(蘇定方)은 맹장 계필하력(契苾何力)을 이끌고 고려 점령에 나섰지만 날씨와 거리로 인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당 고종은 ‘먼나라와 우호를 맺고 이웃나라를 공략한다’는 원교근공책으로 외교정책을 바꾸어 신라와 연락하여 고려와 백제를 멸망시켰다.

당 고종의 어머니이자 부인이었던 무측천(武則天)이 정권을 장악했던 시절 설인귀(薜仁貴)와 이적(李勣)두 장군은 최후의 고려 정벌에 나섰다. 이적 장군은 이미 나이가 73세였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출정해 결국 고려를 멸망시켰다. 고려점령 이후 고려의 왕족과 신하들은 중국 중원지방으로 들어왔다. 산둥(山東)지역까지 피신했고 이곳에서 한족(漢族)과 융합했다. 이후 조선의 역사에는 또 하나의 고려 왕조가 탄생하는데 이 고려왕조는 조선인이 세운 왕조로 같은 왕조가 아니다. 단지 같은 이름을 썼던 것 뿐이다.

당나라는 신라와 손을 잡고 백제를 멸망시켰다. 나당연합군은 모두 19만이었다. 그 중 당나라군 15만, 신라군은 4만이었다. 따라서 주로 당나라군이 백제를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받드는 민족 영웅으로는 일본에 대항한 이순신이 있다. 확실히 받들어 모실만하다. 또한명이 백제의 계백 장군이다. 한국에는 그의 영정과 동상이 매우 많다. 남송의 정치가 문천상(文天祥)과 같은 격이다. 그는 백제의 대장군이었다. 나당연합군 19만 군사가 백제를 공격해 올 당시 백제 왕조차 투항했지만 계백은 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끝까지 맞서 싸워 전원이 전사했다.

신라는 당의 도움으로 통일을 완성했다. 따라서 신라와 당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신라 왕조의 영토는 지금의 한반도 전체가 아니었다. 당시 당나라와 신라의 접경은 압록강이 아닌 대동강이었다. 현재의 평양 이북은 당시 중국의 영토였다. 중국 황제의 생일 때마다 신라의 여왕은 황제에게 자수 옷과 축하하는 시를 써 보내는 등 매우 공손하게 모셨다.
당 나라의 유학생 중에는 신라 유학생이 가장 많았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한학의 시조 최치원이다. 그는 양저우(揚州) 지방의 지방관을 맡았다.

유학생 문제에 관해선 지금의 상황과도 큰 차이가 없다. 외국 유학생들이 있는 어떤 학교를 보더라도 모두 신라 학생들이 있었다. 한국의 대입시험 스트레스는 중국보다 훨씬 심하다.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중국으로 건너온다. 북경대학에도 한무더기다. 사실 그들의 수준으로는 북경대가 아닌 북소(北小)도 갈 수 없다. 중국의 교육체제가 헤픈 것이다.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MIT 이런 학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돈이 있다고 합격을 시키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북경대는 말할 것도 없고 청화대까지 돈으로 학교를 판 셈이다. 한국인들에게 돈 내고 들어와라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 이지경이 된 것이다. 신라 학생들이 가장 많다. 어딜 가더라도 도처에서 ‘습니다(思密達)’라는 말이 안 들리는 곳이 없는 지경이다.

신라는 나라를 세우는데 당나라의 제도를 채용했다. 국학을 세우고 유학을 가르쳤다. 1910년 일본제국주의에 병탐당하기 전의 고대 조선에서는 한자를 모르고 관리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조선왕조의 4대 왕 세종대왕에 이르러 훈민정음을 반포해 비로소 한국의 문자를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세종대왕을 특별히 숭배한다. 하지만 그가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많은 대신들은 문자는 오랑캐나 토번족들만이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우리의 각급 제도는 모두 중국과 같으므로 우리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또 다른 문자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라는 당 나라에서 차(茶), 인쇄술, 도자기, 청동공예 등을 도입했다. 오늘날 한국 어디를 여행가더라도 그들의 특산은 곧 젓가락, 청동기, 청자 등이다. 고려청자는 매우 유명하다. 사실 중국 도자기의 가장 오래된 형태가 청자, 백자다. 후에 오색자기, 분채자기가 출현했다. 한국은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지금 보기에 그것이 고풍스럽고 소박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그 후에 나온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밖에 당시를 읽고 당시 짓기 역시 그들의 큰 습관이었다. 한국인들의 당시 짓는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일본인 역시 시를 지을줄 알지만 일본인이 지은 시는 한국인 만큼 순수하지 못하다. 베트남 역시 시를 지을줄 아는데 그들의 시는 기본적으로 타유시(打油詩, 당대 장타유(張打油)가 만든 시의 유형 중 하나로 내용과 시구가 통속·해학적이며 평측과 운율에 구애받지 않았다)에 불과하다.

1910년 조선은 일본제국주의에 병탄됐다. 많은 지사들이 중국으로 망명했다. 그 중 한 명이 장쑤성 난통(南通)에 거주했는데 그 당시 매우 유명한 시 한편을 남겼다. 이분이 밤에 잠자리에 들기전에 하늘을 보니 기러기 한마리가 날고 있었다. 사색에 빠지 그는 시 한 수를 지었다. “기러기 나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홀로 누각에 오르니 보름달이 밝구나. 일년 열두달 고국을 떠나있으니 삼천리 강산 또 한해가 가는 구나(一聲南雁攪愁眠, 獨上高樓月滿天. 十二何時非故國, 三千餘里又今年.)” 일 년 열 두달, 하루 열 두 시진(時辰) 동안 나는 항상 고국 생각에 빠져 있다. 한국은 삼천리 강산으로 불린다. 또 한 해가 지나도 광복을 보지 못하는구나. “형제들 백발이 무성하고, 할아버지 아버지의 청산이 또렷하구나. 무궁화 피는 날을 기다려, 봄날 압록강 건너 배타고 돌아가리(弟兄白髮依依裏,父祖青山歷歷邊。待到槿花花發日,鴨江春水理歸船)”무궁화는 한국의 국화다. 무궁화 피기를 기다려 압록강 건너 돌아간다는 말은 나라가 비록 망했어도 조국 광복의 의지는 식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종의 포부를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리치지도 않았고 어떤 반대파를 몰아내지도 않았다. 이를 보면 한국인의 시짓는 실력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성씨, 복장, 절기, 풍습 등 신라에는 중화문화의 색채가 짙었다.

번역=선우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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