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호 "유럽 안무서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유럽팀과의 경기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수확이었고, 히딩크 감독이 늘 강조하던 '콤팩트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개장 기념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와 1-1로 비겼다.

히딩크호 출범 후 유럽팀에 지기만 했던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서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1승1무를 기록, 유럽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1차전에서 일격을 당한 크로아티아는 미르코 요지치 감독이 "2차전에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전반 시작하자마자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3분 왼쪽 코너킥을 크로아티아 투톱으로 나선 고란 블라오비치가 헤딩슛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한국은 10분을 지나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왼쪽 윙백으로 나선 이을용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을용은 17분 수비수 머리를 넘기는 스루패스를 최용수에게 연결시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줬다.

광주 월드컵구장 첫골은 '독수리' 최용수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42분 김남일이 크로아티아 아크 부근으로 살짝 띄운 볼이 상대 수비 머리에 맞고 튀어오르자 최용수는 마치 무용수처럼 뛰어올라 오른쪽 발끝으로 살짝 쳐올려 뛰어나오던 골키퍼를 넘겼다.

그러나 프랑스월드컵 3위팀 크로아티아의 자존심도 만만치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17분 한국 골문 35m 앞에서 라파이치가 길게 찬 프리킥을 보리스 지브코비치가 헤딩, 동점골을 뽑았다. 이운재 골키퍼가 센터링을 미리 처리할 수도 있는 듯 보였으나 주춤거리다 실점했다.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스리백'이라는 수비불안 치료약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송종국을 중앙 수비수로 포진시키고 양쪽에 심재원.최진철(김태영)을 배치하는 스리백 시스템이 안정단계에 들어섰음이 확인됐다. 또 공격도 최용수와 설기현.안정환 등이 가세하면서 한층 파괴력을 더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가 정확지 않는 등 세기를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히딩크 감독=전반적으로 만족한다. 크로아티아가 적극적으로 나왔고, 팬들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선수들이 쉽게 흥분, 전반 미숙한 플레이도 나왔다. 좋은 경험을 했고, 스리백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도 수확이다.

▶크로아티아 요지치 감독=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한국이 못했다는 게 아니라 시차 피로를 극복한 우리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뜻이다. 페트리치를 발굴한 게 수확이다.

광주=신준봉.정제원.장혜수.전진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