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진통 거듭] 새벽까지 합의-결렬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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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강산 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합의 임박과 결렬 위기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14일 새벽까지도 회담 전망을 장담할 수 없는 막바지 진통을 거듭했다.

특히 13일 오후에는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측에서 '철수'와 '회담 계속' 의견이 엇갈리는 등 혼선 양상을 보였다.

◇ 타결 왜 지연되나=남북한은 12일 밤부터 철야 협상을 계속해 13일 오전 합의문안을 놓고 항목별로 조율 작업을 하는 등 한때 타결에 바짝 다가섰다.

양측은 남측의 비상경계 태세와 관련된 문제를 공동보도문 1항에 명기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물론 우리측은 "중립적 내용이며 절대 우리가 밀렸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회담이 다시 꼬이기 시작한 것은 절충된 공동보도문안을 양측 수석대표가 최종 점검한 뒤 오후 1시50분쯤 재차 실무 접촉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북측은 이번 회담 초반부터 지난달 23일 열려다 무산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2차 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우리측에 줄곧 요구했는데, 바로 이 접촉을 어디서 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못좁힌 것이다.

북측은 "쌀 30만t 차관 제공 문제를 논의해 서명해야 할텐데, 북측 지역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남측은 비상경계 문제로 북측이 '서울=불안한 지역'이란 주장을 펴온 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서울 개최라는 마지노선을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오후 10시40분쯤 시작한 수석대표 접촉을 1시간 만에 마치고 14일 새벽까지 막후 접촉을 이어가며 담판을 시도했다.

◇ 洪수석대표 '서울 귀환' 배수진=이 과정에서 이날 오후 한때 '회담 하루 연장'설이 나돌았으나 정작 홍순영(洪淳瑛)수석대표는 오후 3시30분쯤 "배를 잡아라. 나는 서울로 돌아가겠다"며 짐을 싸서 상황실에 나타나 '회담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이날 밤에는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금강산 회담 관계자), "북측이 수용하면 합의된다"(서울 상황실)며 엇박자를 내는 혼란도 빚었다.

결국 남측 대표단은 회담 일정(9~12일)을 하루 늘린 13일에도 협상에 실패하자 여론 부담을 의식해 "공식 회담 일정 연장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금강산에 머물면서 북측과 밤샘 협상을 갖는 등 편법적인 회담 운영 태도를 보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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