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학총장 선임 재단에 일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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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교육.연구분야를 보면 여러가지 제도와 관행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심각한 것이 대학총장 선임제도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교수의 직접 또는 간접선거로 총장을 선출한다. 그러나 직선이든 간선이든 교수들의 투표에 의한 총장선출은 폐단이 크다.

교수들 사이엔 학연.지연.사적인 관계 등에 따라 파벌이 형성된다. 교수들이 총장 선출에 관여하게 되면 총장 연임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대학의 장기발전을 위한 계획 수립이 어렵고 선거 뒤에는 상당 기간 후유증이 나타난다. 새 총장은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기용하기보다 파벌.지연.학연에 좌우되기 쉽다.

원칙적으로 대학의 주인은 대학법인인 재단이사회다. 주요 정책과 장기 발전계획 등이 여기서 논의되고 승인돼야 한다. 대학총장의 선임도 재단이사회에 일임해야 한다.총장 선임을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은 책임회피다. 미국의 경우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에 총장 선임을 위임한다. 위원회는 이사진.교수.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교수 등의 의견을 반영해 단일 총장후보를 결정한다.

한국의 대학총장 선출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총장직을 개방하고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 총장 선임 문제로 대학 내에 혼란과 파벌이 생기고 연구.교육 분위기가 흐려져서는 안된다. 유능한 총장을 영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진옥 <포항공대 교수 세포생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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