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 이번에도 못 깼습니다 … 남자 육상 100m 또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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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1년 묵은 육상 남자 100m 기록 경신이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12일 창원 종합운동장에서는 제3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 100m 결승이 열렸다. 어느 때보다 신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지난달 나란히 10초17, 10초18, 10초19를 기록한 김국영(안양시청)·여호수아(인천시청)·전덕형(경찰청) 등 국가대표 3인방이 총출동해 경기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세 선수의 기록은 4.9m의 뒷바람을 받아 한국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했지만, 서말구의 한국기록(10초34)을 크게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임희남(광주시청)의 기록이 10초42로 한국기록에 0.08초 모자랐다. 경기를 관전한 육상 관계자들은 앞바람을 신기록 작성의 걸림돌로 꼽았다. 문봉기 육상대표팀 총감독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1.5m의 뒷바람만 불었어도 10초30 정도의 한국신기록이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결승전에는 초속 0.3m의 맞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바람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경기 때마다 항상 뒷바람이 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서말구 전 대표팀 총감독은 “바람 불어서 기록이 안 나오고, 비 와서 안 되고, 그럼 어떻게 기록을 세우나. 선수들이 목표의식을 갖고 죽도록 훈련해야 한다. 후배들이 노력을 많이 한다는데 내가 볼 땐 의심이 간다.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 다 핑계거리다”라고 해이한 정신자세를 질타했다.

세르게이 티바소브(러시아) 국가대표팀 허들 코치는 “선수들이 어린 나이부터 기록에 대한 압박을 느껴 좋은 자세가 안 나온다. 22~24세부터 기록을 내도 충분한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도한 기대와 관심이 선수들의 기량을 갉아먹는다는 설명이다.

선수들도 이에 동의했다. 여호수아는 “부담감을 다스리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긴장으로 근육이 경직되고, 근육이 경직되면 자세가 나빠져 좋은 기록이 나오기 어렵다.

장재근 연맹 기술위원장은 “올해 여름 안으로 100m 한국기록을 깨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이연경(29·안양시청)은 여자 일반부 100m 허들에서 13초03을 기록, 종전 자신의 한국기록(13초23)을 0.20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창원=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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