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첫 합작 드라마 제작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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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고구려의 강골(强骨) 재상이자 장군인 연개소문을 소재로 한 남북한 최초의 합작 드라마가 제작된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장기랑 PD 연합회장은 12일 "북한 중앙방송과 대하 드라마 '연개소문'을 공동 제작하기로 공식 합의했다"며 "북측이 조만간 구체적 제안을 담은 의향서를 보내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에는 SBS 사극 '여인천하'의 연출자 김재형 PD와 이종수 SBS 드라마 국장도 함께 했다.

올해 초 베이징에서 남북한 관계자들이 만나 드라마 공동 제작에 관해 논의를 시작한 이후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방북 기간에 중앙텔레비전 총국장을 비롯해 작가연합체인 '창작단'의 부단장 등 방송 실무진을 직접 접촉할 수 있었던 게 수확이다.

방북팀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총연출은 김재형 PD가 맡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제작비는 우리측이 주로 부담하는 대신, 북측은 제작 설비 및 세트 설치 등을 담당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촬영은 역사의 주무대인 북한에서 주로 이뤄지겠지만, 남쪽에서도 몇몇 장면을 찍을 예정이다. 또 원작과 관련,김PD가 소설가 유현종씨의 역사 소설 '대제국 고구려'(전 6권)를 후보작으로 추천하자 북한측은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양측은 방영 일시와 제작 편수, 작가.연기자 캐스팅 등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하고 추후 실무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흥미로운 것은 연개소문을 첫 합작 드라마의 소재로 하는 것에 양측의 이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연개소문은 당나라 태종이 17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을 때 안시성에서 60여일간 혈전 끝에 당군을 격퇴한 자랑스러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은 고구려 군과 당나라 군대의 전투 장면 등을 통해 고구려의 기상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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