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창업 '이코노미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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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위부터) 현도정보고교 "낭랑18세"팀. 한영외국어고교 "리메인"팀. 스스로넷미디어스쿨 "두빛나래"팀.

중앙일보와 씨티그룹이 고교생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 실제로 사업을 해보도록 한 '틴틴 이코노미 프로젝트(TEP)'가 지난 20일 시상식을 열고 6개월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주관해 지난 5~10월에 진행된 TEP는 15개 고교생 창업팀이 200만원씩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무알코올 칵테일, 고급 수제비누, 애완견 옷 등을 직접 만들어 팔면서 사업을 한 경제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케팅.재무.조직.제품.사업운영.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팀에게 주는 우수상은 빵과 과자를 만들어 판매한 현도정보고교 '낭랑18세'(김명선.박지선.한효정.지은정), 신문지를 재활용해 액세서리 바구니.연필꽂이 등을 만들어 판 한영외고 '리메인'(김창범.김정순.조아라.구자현.조형성.민은기), 홍보 영상물을 제작한 스스로넷 미디어스쿨 '두빛나래'(박지현.황수현.민다홍.이예린) 등 세 팀에 돌아갔다.

이들 팀의 공통점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골라 창업함으로써 수익구조를 안전하게 끌고 갔다. 또 사업이 난관에 부닥치자 제품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는 노력은 기성 사업가들도 배울 만한 점으로 평가됐다.

◆ 낭랑18세=학교 실습실 시설을 활용해 빵을 만들었다. 첫차를 타고 학교에 나와 수업 전에 빵을 만들고, 방과 후에는 실습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팀원 전원이 제빵사 자격증을 땄다. 학교가 청주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충북 청원군 현도면 죽암리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경쟁 상대가 없었다. 주말이나 축제기간도 케이크와 빵을 팔기에 좋아 안전한 상권이 보장됐다. 주고객은 아침식사를 거른 채 나오는 선생님들이었다.

식사 대용으로 빵을 개발해 즉석에서 구워 내놓음으로써 냄새로 미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노렸고, 단골이 싫증나지 않도록 일주일에 두세 차례 새로운 빵을 선보였다. 가격은 시중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고객의 만족감을 높였다.

하루 100개 정도 만들어 20~30개는 골라내는 식으로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했다. 모양이 예쁘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해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이익금은 196만원.

◆ 리메인=신문지를 재활용하는 사업이어서 원자재를 조달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또 대부분 손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씨앗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자금은 주로 바구니를 만드는 원재료(한지.풀.포장지) 구입에 썼다. 팀장 김창범 군은 "바구니뿐 아니라 액자.가방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바구니에 사탕.초콜릿 등을 담은 선물용을 선보여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익금은 185만원.

고객층을 넓히는 노력도 돋보였다. 처음에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팔았는데 시장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판단해 판로 개척에 나섰다. 지역 성당의 미사 때 노점을 열어 매상을 올렸고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 입시설명회도 활용했다. 팀원 민은기 군은 "고객층을 성인으로 확대하고 제품의 질을 높인 전략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두빛나래=홍보 영상물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공공기관을 타깃으로 정했다. 다른 팀들이 사업 초기에 학교 내 친구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한 것과는 달리 학교 외부에서 시장을 찾았다. '대안학교에서 미디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홍보물을 만들어준다'며 전문성을 내세웠고 가격을 기존 업체(15~20분짜리 영상물 30만~50만원)의 절반 수준인 20만원으로 낮춰 시장을 파고들었다. 나중에는 돌잔치.결혼식.축제.박람회 영상물 시장에도 진출해 수익성을 다졌다. 이익금은 174만원. 팀원 황수현 양은 "작업실.카메라 장비.편집용 컴퓨터 등을 학교에서 제공했기 때문에 사업이 가능했다"며 "걸핏하면 밤 새워 편집하고 뙤약볕에서 일곱 시간이나 촬영한 적도 있었지만 팀워크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 기부 문화=TEP의 특징은 사업을 해서 번 돈을 전액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데 있다. 낭랑18세의 경우 주말마다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빵과 과자를 간식으로 제공해 '나눔의 문화'를 꾸준히 실천한 점이 돋보였다.

하자센터 대표 조한혜정(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경제 경험을 돕는 활동이 보편화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창업뿐 아니라 경제를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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