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엔 지금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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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분당경찰서 수사과 김영기(53)경위는 매주 토요일이면 행복해진다.같은 경찰서 소속 동료 10여명 등 60여명의 동호회원들과 함께 ‘하늘을 나는 꿈’에 빠지기 때문.

패러글라이딩광(狂)인 그는 벌써 10여년째 일요일이면 경기도 광주 ·양평 ·용인 등의 활공장을 찾아 비행을 즐긴다.

金경위가 이끄는 ‘분당패러글라이딩 스쿨&클럽’을 비롯해 분당신도시의 대표적인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3곳의 회원 3백여명은 요즘 주말만 되면 15∼20㎏씩 나가는 장비를 챙겨들고 활공장이 있는 야산으로 향한다.

기상변화가 심하고 돌풍이 자주 부는 봄이나 열기류가 형성되는 여름철보다는 바람이 잔잔한 늦가을과 겨울의 기상이 활공에 적합하기 때문.

특히 분당에는 전국의 관련 단체를 총지휘하는 ‘국민생활체육 전국패러글라이딩연합회’본부가 있다.세계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국산장비업체인 ‘에델’의 전국총판까지 위치해 패러글라이딩 열기가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

패러글라이더는 낙하산(패러슈트)과 행글라이더의 특성을 결합해 만든 비행기구.올바른 비행을 위해선 항공학 ·기상학 등을 이해해야 하는 데다 각종 안전수칙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곧바로 부상의 위험이 있다.

이같은 위험에도 동호인들이 도전을 계속하는 것은 활공의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어서다.1992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교관으로 나선 ‘성남 미스미스터 스쿨&클럽’의 박영일(39)씨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면 돈도 명예도 다 부질없어 보인다”며 예찬론을 폈다.

패러글라이딩은 몸무게가 45㎏ 이상만 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배울 수 있다.일주일에 하루씩 8∼10회만 비행교육을 받으면 혼자서도 비행할 수 있는 ‘연습조종사’ 자격이 주어진다.

한가지 흠이라면 장비가 고가라는 점.캐노피(날개) ·하네스(의자) ·산줄(연결줄) ·헬멧 ·비상낙하산 등 각종 장비를 갖추려면 3백여만원 이상이 든다.그러나 대부분의 교습소가 20∼30여만원의 등록비를 내면 교육기간 동안 장비 일체를 대여해 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호회의 경우 월 2∼3만원 안팎의 회비만 내면 활동이 가능하다.분당패러글라이딩클럽의 경우 장비가 없는 회원들에게 무료로 장비를 빌려주므로 교습을 마치고 아직 장비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국민생활체육 전국패러글라이딩연합회 조규왕(47)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패러글라이딩은 장비생산과 비행실력 모두 세계적 수준”이라며 “현재 전국적으로 3만여명에 달하는 패러글라이딩 인구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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