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평당원 된 金대통령 '후광'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당원 신분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할까.

8일 민주당 한광옥(韓光玉)대표에게서 총재직 사퇴를 철회해 달라는 결의문을 전달받은 金대통령은 9일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명예총재직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한 참모는 말했다.

8일 金대통령이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관계자들을 접견하는 자리에 배석했던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의원은 "金대통령의 표정이 밝더라. 단단히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민주당과 거리를 둘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당 대표의 주례보고도 없어졌다. 8일 韓대표를 만나서도 당 운영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심재권(沈載權)전 총재비서실장은 전했다.

청와대 정무비서실 관계자는 "일상적인 당무에 관해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에서 '위장 사퇴'니 '수렴청정'이니 하며 공격해 올 것"이라며 "오해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金대통령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이들은 1987년 대통령 선거 이후 총재직에서 물러나고 92년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金대통령이 실제로 당을 움직여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金대통령이 당을 움직인 수단은 동교동계였다. 지금 민주당에서도 동교동계는 최대 세력이다. 이번에도 "총재직을 버려도 당을 마음대로 움직일 만큼 이미 충분한 틀을 짜놓았다"고 한 여권 인사는 분석했다.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대표가 있고, 정균환(鄭均桓)의원을 회장으로 63명의 현역 의원이 가입한 중도개혁포럼은 金대통령의 직할대로 평가된다.

심지어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여권 인사도 있다. 그동안 내년 대선과 관련된 결정을 연기해 왔던 金대통령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가에선 '신3金연합'이나 '반(反)이회창 연대'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결국 전당대회가 열려 새 총재 또는 차기 후보가 선출되면 급속한 권력 이동이 불가피하겠지만,그 전까지 민주당 최대 주주는 '평당원'인 金대통령이라는 지적이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