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강릉 농민 이재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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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버섯 재배로 벤처사업가의 꿈을 키우는 농민이 있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골짜기 2천여평 부지에 버섯 인공재배시설(연건평 1천여평)을 갖추고 이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대관령의 이재달(李再達 ·46)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은 거의 채취되지 않는 송이과 버섯인 ‘혼시메지’에 자연산 산송이의 원균을 교배해 인공 재배한 버섯을 ‘대관령 산송이’브랜드로 지난 6월부터 서울 등지에 시험 납품하고 있다.

이 송이는 갓의 직경이 3∼5㎝,몸통길이 7∼8㎝로 생김새가 자연 산송이보다 작고 색깔도 차이가 나는 게 특징이다.

향이 없던 혼시메지와 달리 산송이와 유사한 향을 내며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쫄깃해 1㎏에 3만원에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까지 하루 10∼20㎏를 출하했으나 수도권 지역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지에서 납품 요청이 쇄도하면서 이달초부터 하루 5백∼6백여㎏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李씨가 버섯 교배종 개발에 매달린 것은 20여년전 충청도 옥천의 처가에서 느타리 버섯을 재배하는 것을 살펴본게 계기가 됐다. 그는 ‘자연 산송이를 인공 재배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전국의 산송이 산지를 돌아다녔다.10년간 매달렸으나 실패했다.

“균을 늘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상하게 재배는 안되더군요.”

실의에 빠져있던 李씨는 1990년 도서관에서 버섯도감을 보던중 송이과인 혼시메지란 버섯이 자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전국을 누비다 속리산에서 한포기를 발견해 산송이 종균과 배양 실험을 시작,7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산송이 교잡종 개발에 성공했다.

강릉시 옥계면으로 터전을 옮긴 李씨는 버섯을 직접 맛 본 금융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40억여원을 투자해 지난 7월 공장을 준공했다.균배양에서부터 재배까지의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최첨단 시설이다.지난 3월에는 강원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서도 받았다.

지난 5월 강원대 식품생명공학부 오덕환 교수팀에게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수분이 일반 버섯에 비해 적고 단백질 함유량이 4.6%로 산송이(2.7%)보다 많은 등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李씨는 “내년에는 월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송이는 종균배양에만 3개월,재배에 1개월 등 수확까지 4개월이 소요돼 일반 버섯보다 재배기간이 세배 정도 긴 긴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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