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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미군피해 축소·은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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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의 전황(戰況)이 미국의 이미지 조작을 통해 왜곡됐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측은 "현재까지 지상작전은 매우 성공적이며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 서방언론은 완전히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 주간지 '뉴요커'는 최신호(12일자)에서 "지난달 20일 미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군의 공격을 받아 '재난에 가까운' 참변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기사를 통해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시머 허시 기자는 1970년 미군의 베트남 밀라이 마을 학살사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허시는 6일 CNN 방송에 출연, "당시 탈레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 집에 투입된 델타포스(테러진압 특수부대)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집밖으로 나왔다가 대전차 로켓과 박격포를 동원한 탈레반군의 거센 공격에 눌려 뿔뿔이 흩어져 퇴각했다"면서 "미군은 이날 세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1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델타포스의 임무는 성공적이었고 작전에서 단 두명의 요원이 경상을 입었다"고 발표했었다.

허시는 또 "같은날 미군이 칸다하르 공항에 특수부대인 레인저 병력을 공수투입한 것은 사전에 탈레반군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였다"면서 "이 작전은 대국민 홍보에 쓸 자료화면을 찍기 위한 '텔레비전 쇼'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영국언론들도 "미군의 피가 흥건할 정도였다"며 "이날 작전의 실패로 특수부대의 추가 작전이 취소됐다"고 허시의 보도를 뒷받침했다.

허시의 폭로기사에 미군 수뇌부는 당황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당시 특수부대 병력 30명 이상이 경상을 입었지만 탈레반의 공격에 따른 피해는 아니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지만 전황을 조작한다는 의혹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은 대대적인 미디어 통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 주요 언론에 보도제한까지 요청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처참한 전투장면이 보도된 후 반전(反戰)여론이 거세졌던 점을 교훈삼아 철저하게 미군의 피해는 감추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91년 걸프전 때와 달리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 있는 데다 알 자지라 방송 등 아랍권 대항 매체의 출현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미디어 통제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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