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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말린 통조림' 소송 "언론 배상책임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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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언론이 수사기관의 발표 내용을 보도해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언론사를 제외한 국가에만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安泳律부장판사)는 7일 한샘식품 등 3개 통조림회사가 국가와 11개 신문.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37억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국가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샘식품 등은 1998년 검찰에 의해 유독성 물질인 포르말린을 첨가한 통조림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기소됐고 이같은 혐의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으나 그뒤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이들 회사가 인위적으로 방부제인 포르말린을 넣지 않았고 통조림에서 검출된 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천연포름알데히드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후 검찰의 잘못된 수사결과와 이를 그대로 보도한 언론 때문에 회사가 부도나는 등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공표할 때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당시 피의자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통조림에서 검출된 물질의 성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포르말린을 넣은 것으로 결론짓고 공식 발표까지 한 것은 위법 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언론사에 대해서는 ▶사건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 것이어서 신속한 보도가 필요했고▶취재원이 수사 담당자여서 신뢰도가 높았으며▶피해자들이 구속된 상황이어서 당사자들의 반론(反論)을 받기 어려웠다는 이유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장정훈.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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