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소년, 여자구치소서 여성 5명과 20여 일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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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3월 말 서울 혜화경찰서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20~30대 직장 남성들에게 성매매 제의를 한 후 지갑을 훔친 혐의로 장모(16)양을 붙잡았다. 장양은 2대 1로 성관계를 갖는다는 조건으로 다른 여자 친구와 함께 모텔에 간 뒤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지갑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키 1m60㎝에 마른 체형인 장양은 당시 긴 머리에 화장을 짙게 하고 있었다. 또 청치마에 스타킹을 신고 여성 속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영락 없는 여학생이었다. 경찰은 입감시킬 때 장양의 가족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양은 10여 일 동안 혜화경찰서 독방에 입감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4월 초 구속기소된 장양은 서울 구치소에서 20여 일 동안 5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지냈다. 경찰은 주민등록이 없는 장양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열손가락 지문을 채취한 뒤 경찰청 감식과에 감식을 의뢰했다. 지문 감식 결과는 놀라웠다. 장양이 아니라 남성인 최모군으로 밝혀진 것이다. 최군은 과거에 절도죄를 저지른 적이 있어 경찰 기록에 지문이 남아 있었다. 그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도 여자 친구 장모양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이 없어 그 자리에서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감식 결과가 한 달 이상 걸린 이유에 대해 경찰은 “전국의 사건이 감식과 한 곳으로 모이기 때문에 대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달 4일 기소됐던 최군의 공소장의 이름과 성별을 정정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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