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행복한 유년기 10년 마감 … 혼돈의 사춘기로 접어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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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사춘기’. 지금 유로화를 사람에 비유하면 그렇다. 지난 10년간의 ‘행복한 유년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고민의 시기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사춘기의 특징은 불안과 혼란이다. 성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다.

유럽통화동맹(EMU=유로화를 단일 통화로 쓰는 16개국) 체제는 이런 성장통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의 혼돈을 이겨내면 튼실한 청년이 되듯 유로화도 이번에 떠오른 문제점을 치유하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1일 ‘유로화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해외조사실 박진호 차장은 “유로화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말했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EMU가 출범한 1999년만 해도 71%에 달했으나 지난해엔 62.1%로 낮아졌다. 반면 유로화는 같은 기간 17.9%에서 27.4%로 높아졌다. 유로 표시 채권발행 비중은 이 기간 동안 28.5%에서 47.5%로 높아졌지만, 달러 표시 채권발행 비중은 48.3%에서 36.2%로 줄었다. 이런 이유로 유로화는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당분간 유로화가 기축통화로 올라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EMU가 곧 붕괴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11세 된 소년이 병에 걸리긴 했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아이의 체력보완은 필수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우선 위기관리체제의 수립이다. 이를 위해 검토되는 방안은 ▶유럽통화기금(EMF) 설립 ▶유럽투자은행의 회원국 지원 확대 ▶공동 유로채권 발행 등이다.

회원국이 부도가 나도록 내버려 두되 채무 재조정을 하는 체제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통합감독기구의 설립도 우선 과제다.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바톤 빅스 트랙시스파트너스 대표도 이런 주장을 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도 미국과 같은 연방체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가 재정위기를 겪으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EMU회원국들은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 지원에는 정치적 위험이 수반된다. 이번에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늦어진 것도 국가별 이해관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이런 위기관리체제 수립을 바탕으로 적자국은 재정 긴축 및 구조조정을 하고, 흑자국은 구제금융 지원과 저축률 억제에 나서야 다시 유로화 체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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