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차기'들 좌충우돌 기싸움] 반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시기 문제를 놓고 이인제 최고위원과 정면충돌한 데 이어 5일에는 부산에서 대규모 대중집회를 열었다. '국민화합을 위한 부산모임'(공동대표 金杞載최고위원)이 초청한 강연회 형식이었지만, 8천여명의 청중이 모인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이었다.

이 모임은 韓위원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지 35년 만에 처음 가진 개인 대중집회라고 한다.정기국회 중이지만 문희상(文喜相).설훈(薛勳).조성준(趙誠俊)의원 등과 개혁연대의 천정배(千正培).김태홍(金泰弘)의원 등 현역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韓위원은 "헐뜯고 약점을 발견해 그 위에 올라타서 '내가 잘났소' 하는 정치행태를 없애야 한다.계략과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비방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韓위원은 또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 불참을 선언했던 이인제 위원을 겨냥,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날 韓위원은 "기회가 온다면 저도 국민을 위해 크게 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당 내분 수습 방안으로 韓위원이 제시한 방안은 '선(先)쇄신'이었다.

그는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면 '내탓이오' 하는 사람이 줄줄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지난 5월 '정풍(整風)'파동 때는 韓위원이 동교동 구파와 쇄신파 사이에서 중간자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번에는 명백히 쇄신파 쪽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김근태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때 이인제 위원이 일괄사퇴를 적극 주장해 놓고 나중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공격했다.

노무현 최고위원은 이인제 최고위원측이 일괄사퇴음모론을 제기한데 대해 "뻥뻥 내질러버리니 참 걱정스럽다"며 "이렇게 당을 흔들어대고 공격하는 자세로는 당이 중심을 가질 수 없다"고 李위원을 정면 비판했다.

'선(先)쇄신론'을 골자로 했던 개혁연대가 점차 '반(反)이인제 연대'로 바뀌어가는 분위기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