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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장병들 혼란케 하는 '주적'삭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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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1월 18일자 6면 "통일부 장관, 국회서 '주적 개념 달라져야' 답변"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대학생으로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하려 한다.

기사에 따르면 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을 생각하면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북한을 주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방부 장관에 이어 통일부 장관까지 '북한=주적' 규정을 삭제할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아직까지 노동당 규약에 우리나라를 적화통일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불법 침입하는 등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우리를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주적 개념이 없어도 될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주적 개념을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 고위 인사들의 이런 발언이 군 장병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4년 전 군생활 때 겪은 일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당시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남북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져 갔다. 우리 군에서도 장병의 정신교육을 위한 책자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단어나 문장을 고치게 했다. '북괴'라는 용어가 이때 없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장병 사이에선 '우리가 누구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가'하는 혼란이 일었다. 그런데 주적 개념마저 삭제한다면 이보다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상황은 4년 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핵 문제로 인해 지금의 안보상황은 더욱 더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적 개념 삭제를 주장할 게 아니라 더욱 굳건한 안보의식으로 무장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김경수.대구시 서구 내당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