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전문기자 칼럼] '담당' 필요한 공사장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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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말이 가까워지는 11월. 이때쯤이 되면 대도시 도로 곳곳은 '교통체증' 몸살이 피크에 달한다.통신.전기.상수도.하수도.도시가스.난방.도로.지하철 등 공사판이 원인이다.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는 대개 장마 뒤 8, 9월에 시작해 본격적인 겨울이 되기 전 11월에 끝낸다. 겨울철 대비 공사도 있다. 여기에 남은 예산을 막판에 쓰려는 공사도 덧붙는다.

지난해 8만5천여건의 크고 작은 공사로 서울시 도로가 파헤쳐졌다. 그중 몇건이나 '교통관리'를 했을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손봉수 박사팀이 일부 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가 놀랍다. ▶불필요하게 도로를 넓게 쓰는 경우▶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거나 잘못 설치한 경우▶유도로가 없어 급차선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보행자 통로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공사구간 내 불법 주정차를 한 경우 등등….난장판 공사장 투성이였다는 조사결과다.

孫박사는 지난 7월 '공사 중 교통처리대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공사장 교통혼잡으로 운전자.시민이 추가 부담하는 비용이 공사장 한곳당 23억원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당국은 그러나 공사장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인력.장비 부족 탓도 있지만 그보다 '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잘못'을 보고도 처벌할 법이 없다. 전문가.공무원으로 '도로공사장 교통자문회의'를 구성해 공사 전 교통계획을 검토하는 게 서울시 권한의 전부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류.도면에 근거한 자문에 불과하고 그마저 이 회의에 올라 온 공사건수가 지난달 말까지 4백92건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월 '조례 제정을 위한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지만 건설교통부는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 후도 문제다. 교통개발연구원 이수범 박사는 "80%에 달하는 공사장이 공사 후 도로 침하.복구 지연.허가조건 미준수 등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복구 후 차선을 다시 긋는 데만 한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구역별 담당제를 도입하면 어떨까.전문가.공무원으로 '실명'팀을 구성해 해당 구역의 교통관리계획을 수립,심의.허가.감독 등 공사 전.중.후 전과정을 일괄해 책임지게 하는 방법이다.

음성직 교통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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