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물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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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Q : 애완견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개는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로 인해 어떤 병에 걸리는지 알고 싶어요. 또 개를 기르면 사람의 스트레스는 풀린다고도 하는데요.

A : 개도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방안에 혼자만 남겨질 때, 목줄에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오토바이.자동차 소리 등 시끄러운 소음이 날 때, 누군가가 귀찮게 굴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올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요. 공포.불안을 느끼거나 자기보다 더 사랑받는 개를 보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경북대 수의대 엄기동 교수는 "가족이 없을 때는 가구.소파를 물어뜯거나 벽을 긁어 놓기도 하지만 사람이 나타나면 그런 행동을 멈춘다"며 "스트레스였던 공포심.외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은 애완견은 비만.관절염.당뇨병.고혈압 등 '성견병(成犬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집니다. 때로는 폭식도 합니다. 영국에선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개가 매년 1만5000마리에 달하지요. 광장 공포증에 걸린 개가 산책 나가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장면이 BBC-TV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구리 아마존동물병원 박재원 원장은 "많은 애완견을 죽게 하는 홍역(기침.콧물이 주증상)과 장염(구토.설사)도 개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때 흔히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애완견과 함께 지내면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지요. 평소 말수가 적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던 아이도 개를 사 주면 말과 웃음이 잦아지고, 사교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정서적으로 안정되는데다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대인 기피증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심장병 치료를 받은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수술 뒤 배우자나 가족의 간병을 받은 환자보다 애완견과 함께 지낸 환자가 더 빨리 나았다는 것이지요.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세 그룹(애완견.친구.연구자와 함께 지낸 그룹)의 여성에게 까다로운 수학 문제를 낸 뒤 어떤 그룹이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는가를 조사했습니다. 놀랍게도 개와 함께 지낸 그룹의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개가 스트레스를 덜어줬기 때문으로 풀이됐습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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