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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슬람국중 첫 파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터키가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에 90명 규모의 특수부대를 파병키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불굴의 자유' 작전에 군사적으로 참여하는 최초의 이슬람 국가가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이기도 한 터키의 파병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터키를 끌어들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지형인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 쿠르드 반군에 맞서 15년 이상 산악전투를 벌여온 터키 특수부대의 경험을 빌리기 위해서다. 터키는 또 오랫동안 북부동맹의 일부 세력을 지원해왔다.

더 중요한 목적은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공격에 이슬람 국가를 참여시켜 이번 전쟁이 기독교 대 이슬람의 대결 구도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자는 것이다.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인 터키가 지상전에 참여하면 주저하고 있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을 고무해 미국이 원하는 광범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대급부로 터키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막대한 외채에 대한 지불유예 조치를 얻어냄으로써 벼랑끝에 몰려 있는 경제를 위기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숙원 사업인 EU 가입을 위해서도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터키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곤경에 처한 이슬람 형제국을 공격하는데 대한 국민적 반발과 이슬람권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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