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박정희 업적은 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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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공정식 프리랜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이 사실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그런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경북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한 말이다. 이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오랜 기간 옥고를 치렀다. 그런 그가 최근 측근들에게 “살아 있는 내가 화해를 하고, 과거도 안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이 위원장이 생애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영천-경산 접경 지역도로 확장에 관한 집단민원 조정회의와 구미 금오공대 특강에 참석한 다음 그런 일정을 잡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관에서 영정 앞에 분향하고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장자(莊子)의 즉양편에 나오는 ‘적비이위고(積卑而爲高)’를 썼다. 그러면서 기자 등에게 “낮은 것을 쌓아 높은 것을 이룬다는 의미다. 낮은 것은 가난을, 높은 것은 산업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가를 둘러본 뒤 전병억 생가보존회 이사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겼던 막걸리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이 위원장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력이 돼 선진화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방문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해 제스처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정치적 의미보다는 역사적 의미로 이해해 달라”라며 “(내가) 현재 공직자이고 박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은 의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내가 마음과 생각을 열어야겠다. 무겁게 결정해서 여기에 오게 됐다. (오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구미=송의호 기자, 이가영 기자
사진=공정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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