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불량’ 신용평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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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리스 등 이른바 ‘PIIGS’로 불리는 유럽 5개국의 재정위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은 그리스를 제외하곤 여전히 한국보다 높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3대 국제 신평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현황에 PIIGS 국가 중 한국보다 낮게 신용등급이 매겨진 국가는 그리스뿐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스페인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 4개국 중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포르투갈에 대한 S&P의 등급이 유일하다. S&P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27일 A+에서 A-로 2단계 내려 한국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을 매겼다. 그러나 무디스는 포르투갈에 한국보다 두 단계, 피치는 한 단계 높은 등급을 줬다.

스페인도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무디스와 피치는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S&P는 지난달 한 등급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보다 세 단계 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산정 요인 가운데 하나인 국가 재정의 경우 한국이 이들 PIIGS 국가보다 양호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3대 신평사들이 한국 등 아시아를 유럽과 미국에 비해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에서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일본도 최고 신용등급보다는 3단계 아래다.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영국·프랑스 등 9개국이 최고 등급이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때와 현재 그리스의 상황을 비교해도 신평사들이 한국에 더 가혹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디스의 경우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1997년 11월 말 신용등급을 A1에서 A3로 2단계 강등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6단계나 내렸다. 반면 그리스는 S&P가 BB+로 투자부적격 등급을 부여했을 뿐 무디스나 피치로부터는 여전히 투자 적격 등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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