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루이나이웨이-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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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루이9단의 이해할 수 없는 초강수

제5보(76~90)=76은 선수.78과 80도 선수. 박정상2단은 "백이 크게 앞섰는데요"라며 芮9단의 힘에 감탄사를 터뜨린다.

검토실이 예상한 백의 다음 수는 '참고도' 백1로 사는 것.'좌우동형은 중앙이 급소'라는 기훈을 떠올리게 하는 수인데 아무튼 이 백대마는 백1의 한 수로 훌륭하게 살아 있다.

흑2가 잡으러 가는 수로서는 최강수지만 흑10에서 백A의 선수로 살게 된다.

그렇다면 흑은 반상 최대의 B에 둘 것이고 백은 C로 지키는 정도인데 이때의 형세는 어떨까. 흑집은 좌상 10집에 우상 20집, 우하 25집을 합해 55집이다.

백은 상변만 40집에 중앙의 두터움도 10집은 된다. 흑의 곤마를 모는 즐거움까지 계산하면 최소한 좌하 일대가 통째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芮9단은 대마를 살지 않고 82로 붙여갔다. 한수 더 선수하겠다는 초강수. 살아두면 크게 우세한데 그녀는 왜 이 장면에서 강수를 던지는 것일까.

응원차 내려온 남편 장주주(江鑄久)9단의 안색이 순간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芮9단은 8강전에서 대 우세의 바둑을 강수로 일관하다가 쓰라린 역전패를 당한 일이 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 것일까.

창하오9단은 지옥에서 부처님 만난 듯 대장고를 거듭하더니 드디어 칼을 뽑아 83, 85로 대마를 잡으러 갔다. 이제 백은 중앙 흑을 못잡으면 대마가 죽게 된다. 88, 90의 맥점으로 최후의 혈전이 시작됐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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