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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명예기자 온라인 좌담] '왕따' 폭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4면

지난 1년간 청소년들로부터 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나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5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중.고생 보다 오히려 더 많았어요. 지난 3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조사한 결과예요.

특히 왕따는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초등학교 교실에서 정말 왕따가 벌어지고 있을까?

본지 어린이 명예기자 11명이 온라인 좌담을 했어요.

*** 잘난 척 하면 미움 받아

장혜지:지난해에 키 작고 뚱뚱한데 갖가지 멋을 부리는 아이가 석달간 왕따를 당했어요. 몇몇 아이들이 '돌림빵'이라고 그 애를 둘러싸고 차례로 욕이랑 나쁜 말을 하면서 괴롭혔어요. 지금은 괴롭히지는 않지만 말을 안걸고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아요.

함정주:내성적이거나 소심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해요. 남자 아이들은 욕을 하고 가끔 때리거나 할퀴기도 해요.

신현우:친구들은 준비물을 잘 안 가져오거나 밥을 너무 늦게 먹거나 선생님께 자주 혼나고 키가 작고 받아쓰기를 잘 못하는 친구랑은 잘 안놀아 줘요.

형윤정:잘난 척 하거나 이기적이면 따돌림 당해요. 인기가 좋거나 공부를 잘해도 왕따가 될 수 있어요.

김재현:사소한 일도 엄마한테 일러서 학교에 찾아오게 하면 다들 싫어해요.

*** 괜히 말렸다간 함께 '찍혀'

이예빈:왕따시키는 아이한테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네가 뭔데 참견이냐"며 욕을 쓴 e-메일이 왔어요. 찍히는 게 무서워 그 뒤부터 가만히 있었어요. 비겁했죠.

유승환:부모님이나 선생님께도 말씀을 못드려요. 전교 회장 선거 때 후보들은 다들 '왕따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잘 안돼요.

형윤정:왕따 사건이 한번 있은 뒤부터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발표도 잘 안해요.

권정효:왕따 당한 아이의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 손바닥으로 다른 아이들을 후려치고 가셨어요. 아이들은 그 뒤로 그 친구를 더 싫어하게 됐어요.

최원석:잘난 체 하거나 지저분한 친구를 여럿이서 놀리는 게 재미있을 때도 있어요. 그 친구들이 행동을 좀 고쳤으면 해요.

김은솔:왕따 당하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요. 왕따 안시키고 안당할래요.

김도형:누구에게나 부족한 면이 있는데 몇몇 약점 때문에 친구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건 철없는 행동이에요.

*** 서로서로 잘못 고쳤으면…

어린이 기자 11명은 모두 왕따가 없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3명을 빼곤 주변에 왕따가 있거나 있었대요. 그중 2명은 왕따는 아니지만 다들 싫어하는 친구는 있다고 해요.

최근 한림대 성심병원 김영신 교수가 "왕따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자해.자살 위험이 보통 아이들 보다 2~3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왕따의 정신적 상처가 무척 크지요.

어린이 여러분들은 친구를 따돌리거나 따돌림 당한 적이 있나요? 주변에 따돌림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하세요? 가족, 친구들이랑 이야기해 봐요.

정리=이경희, 그래픽=김경진 기자

◇ 온라인 좌담회 참석자=제1기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 ▶김도형(보광초등 6년)▶장혜지(잠원초등 6년)▶이예빈(수원 신곡초등 5년)▶함정주(목원초등 5년)▶형윤정(우이초등 5년)▶유승환(고양 오마초등 5년)▶김재현(목동초등 4년)▶최원석(상월초등 3년)▶권정효(노일초등 3년)▶김은솔(자양초등 2년)▶신현우(가양초등 1년)

*지역이 없는 경우는 서울임.

*** 전문가가 부모에게

따돌림의 심리는 희생양을 만들어 집단의 평온을 찾고 강자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약자에게 풀려는 겁니다.

간혹 교사도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드는 실수를 하지요. 교사가 싫어하거나 편애하는 아이들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해요.

부모에게 지나치게 비난받거나 처벌받는 자녀는 공격적 성격으로 왕따 가해자가 되기 쉽고 과잉보호를 받으면 남과 어울리지 못해 피해자가 되기 쉬워요.

부모들은 자녀의 친구관계에 신경을 쓰고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따돌림 당하지는 않는지 가끔 의심해야 합니다. 왕따의 가해자나 피해자란 사실이 확인되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교사, 자녀의 친구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아이와 가정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해요.문제를 덮어두면 사춘기 때 더 심각해질 수 있어요.

<이영식.중앙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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