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 찬반 논란] 폐지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764년 세계 최초로 사형폐지를 주장한 저서를 남긴 이탈리아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법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형이 '법'이란 이름의 살인행위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로부터 2백여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사형제가 사라졌다. 사람의 목숨을 인간이 만든 제도로 앗아갈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사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요즘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엔은 1999년 사형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형제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99년 한 조사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조사 대상의 43%에 달했다. 그럼에도 아직 '사형이 범죄억제 효과가 있다'는 등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형이 무기형보다 더 범죄억제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잘못된 판결에 의해 희생되는 생명의 억울함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인간인 이상 참회와 반성의 기회는 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형수는 수감생활 중 자신의 과거를 참회해 장기를 기증하는 등 마지막 삶을 남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형은 더 이상 존치할 필요가 없는 불명예스러운, 전근대적 형벌제도다.

이창영(李昌永)신부(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