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주 '편식', 지분 58% 되면 손털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결국 지난 1월과 4월의 장세와 똑같은 길을 밟아 다시 떨어지는가.'

10월 들어 줄기차게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30일 투자자들은 이런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3백25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종합주가지수는 14포인트나 떨어진 533.87로 마감했다.

최근 한달새 종합지수가 15%,코스닥지수는 30%나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외국인들의 덕분이었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조4천억원, 코스닥에선 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1월과 4월에도 외국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일시 상승했으나 결국 주저앉았다"며 "당시와 지금 상황을 꼼꼼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증시 따라하기=당시나 지금이나 외국인들은 철저하게 미 증시(특히 나스닥시장)를 따라 미국 주가가 오르면 국내 주식도 사고 내리면 파는 특징을 보였다.

지난 1월의 경우 나스닥지수가 2,200에서 2,800대까지 오르는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7천억원의 순매수를 보였으나 2월들어 나스닥이 꺾이자 순매수를 멈췄다.

이에 대해 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호흡을 같이할 수 밖에 없는 데다, 주가도 미국 시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사실상 나스닥 주식과 같은 개념으로 사고파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편애하기=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몰려올 때는 항상 삼성전자를 1차 매수 표적으로 삼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58%대까지 확보하면 더 이상 사들이기를 멈췄고, 덩달아 다른 종목도 외면하기 시작했다.

세종증권 임정석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지난 4~5월 삼성전자 주식을 6천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으나 지분율이 58.6%에 이르자 매도로 돌아섰다"며 "10월 들어서도 5천억원 이상 순매수한 뒤 지분율이 58.1%로 올라서자 30일 순매도로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 전형범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가 KTF와 강원랜드 등 코스닥 우량주로 확산돼 다행이지만,삼성전자에 대한 매수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다른 종목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광기.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